궁극적 실재로서의 아트만은 개인의 영속성과 불변성 및 정체성(identity)을 보장해준다. 「카타우파니샤드」의 다음 인용문은 대표적 진술이다. "사물을 인식하는 자아는 결코 태어난 것이 아니며 결코 죽지 않는다. 그는 어떤 것으로부터 생겨난 것이 아니며 어떤 것도 그로부터 생겨나지 않는다. 그는 태어나지 않으며, 영원하며, 변치 않으며, 최초의 것이다 그는 육신이 죽을 때에도 죽지 않는다." 2) 이 진술은 개체로서의 자아에 관한 유아설(有我說)
또는 영혼의 실재성에 관한 주장으로만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우파니샤드의 다음 인용문에서 보듯이 이 자아는 결코 개체에 한정되고 고립된 모나드(monad)가 아니다. "이 위험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곳(육신)으로 들어간 그 자아를 발견하고 깨달은 모든 사람, 그는 이 우주를 만든 자이다. 왜냐하면 그는 모든 것을 만든 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이다. 실로 그는 세계 그 자체이다." 3) "실로 이 자아는 모든 사물들의 주인이며 모든 존재들의 왕이다. 모든 바퀴 살이 바퀴통과 바퀴 테에 묶여 있는 것처럼, 실로 이 자아에
모여든 존재들, 모든 신들, 모든 세계들, 모든 숨쉬는 생명들, 이 모든 자아들이 묶여있다." 4) 우파니샤드로 대표되는 바라문교적 전통에서는 아트만의 실재는 보편적인 실존으로 불변부동, 불생불멸이며 영속적이라고 보았다. 무상하게 계속 변해가는 현상세계의 속에 아트만이라는 불변부동의 아트만이라는 실체가 있다는 실재(Reality)에 대한 실체론적 관점(Substance view)을 갖고 있다. 계속 변화하며 다양한 피상적 현상의 실재성을 부인하였으며, 아트만을 중심으로 형이상학과 인식론, 윤리학을 실체론적 틀에 맞추었다. 우파니샤드의
사상과 석가모니의 사상의 차이를 라다크리슈난 교수는 다음과 같이 간략하게 지적하고 있다. "만일 우파니샤드와 붓다의 가르침에 차이가 있다면 경험세계(samsara 윤회의 세계)에 대한 그들의 관점에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 실재(nirvana 열반)에 대한 양자의 개념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불교와 우파니샤드 간의 근본적 차이점은 불변의 실체가 형이상학적으로 실재하는지 여부에 대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그 불변의 실체란 인간의 진정한 자아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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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단히 흘러가는 삶 속에서 또 세계의 소용돌이 속에서 붓다가 그 중심이 되는 실재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세상에는 그러한 힘의 요동 이외에 그 어떤 것도 실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5) 바라문교의 전통에서 석가모니가 불러일으킨 개혁의 촛점은 궁극적 실재에 대한 관점으로 영원한 실체로서의 아트만의 부정이다. 자기의 실체가 있다는 생각은 오히려 모든 번뇌의 근본인 무명(無明)이라고 보았으며, 아트만을 부정하는 무아
사상이 불교적 형이상학의 중심이다.
Ⅲ. 초기불교 및 부파불교의 존재론적 무아 사상 석가모니 재세 시부터 무아 사상은 3법인(三法印)의 하나로 핵심적 교설이었다. 즉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 열반적정(涅槃寂靜)은 부처님 법의 인증과 같다고 본 것이다. 빠알리(Pali) 경전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시구(詩句)는 이를 잘 보여준다. "모든 존재는 어찌나 순간적인지; 성장하고 쇠락함이 그 성품이도다. 생성되고 다시 소멸하니;그것들을 지복(至福)의 경지로 이끌지어다."
6) 아트만 사상에서 실재를 불변부동의 정적이고 공간적인 존재(being)로 파악한데 반하여 불교에서는 역동적이고 시간성에 바탕한 생성되는(becoming) 그리고 사멸하는 과정에서 실재를 파악했다. 부처는 아트만 사상을 부정하는 일에 강한 노력을 기울였다. 밧타차리야(V.Battacharya)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다른 교파들은 영원한 자아, 즉 아트만의 존재를 인정했지만 붓다는 다양한 방법으로 그 존재를 완전히 부정하였는데 그 방법은 일일이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수가 많다. 그래서 모든 욕망의 근원인 바로 그것(아트만)을
끌어 내렸던 것이다."7) 불교 교리의 조직화와 철학 이론화 과정을 이룬 부파불교 시대에 무아론은 불교의 존재(法)에 관한 이론, 윤회와 업에 관한 이론과 결합되어 더욱 심화 발전하였다. 부파불교의 철학의 대표저작인 세친(世親 : Vasubandhu)의 「구사론(俱舍論: Abbidharma-Kosa)」은 아트만론을 철저히 논의 반박하였으며, 불교적 존재론을 제시하였다. 부파불교에서 존재(法)의 분류에 관한 이론이 발전하였는데, 세친의 ‘구사론’에서 5위 75법(五位 七十五法)이론을 제시하기 이전에 5온 12처 18계(五蘊 十二處 十八界)의 3과설(三科說)에
의한 제법의 분류가 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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