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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6월>

    불교의 무아설과 융의 자기실현 비교고찰3

    12처와 18계는 5온의 마지막 요소인 식(識)에 관한 사항인 바, 다음 절에서 8) 유식(唯識)불교의 핵심 개념으로 상세히 다룰 것이므로 여기서는 논의하지 않는다. 5온에서 ‘색’ 은 물질적 요소이고 나머지 넷은 심리 정신적 요소이다. 색(色:rupa)은 물리적 신체적 환경을 포함하며, 수(受:vedana)는 감각 또는 쾌 불쾌의 느낌, 상(想:samjna)은 개념화(conceptualization), 인지(recognition)등의 정보처리 기능으로 컴퓨터의 CPU 기능에 상응한다고 볼 수 있다.

    행(行:samskara)은 정서(emotion),의지(volition), 또는 동기(motivations)의 의미로 파악되는 복잡한 개념이다. 5온은 부파불교 이래 모든 불교의 학파에서 택한 기본 범주로, 불교의 다른 핵심 교설인 연기(緣起)와 연계되어, 일체의 현상적 존재들(法)은 연기된 집합체(더미)로서 일시적 존재에 불과하다는 관점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5온의 각각은 영속적이고 불변적인 요소가 될 수 없음을 의미하며 무아사상과 직결된다. 색(色)과 무아설의 관계는 개인의 신체에 자아가 있을 수 없으며, 신체를 자아와 동일시 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아트만이 있다면 그것은 영속 불변 불생불멸인데, 신체는 항상 변하여 생멸이 뚜렷하므로 아트만이 신체와 동일시 될 수 없음은 명확하다. 아트만 또는 자아가 신체를 부리거나 갖고 있다는 생각이 가능하므로 신체적인 것이 아닌 다른 요소가 자아인가를 분석하게된다. 그래서 수.상.행.식을 차례로 자아와 동일성이 가능한가의 관점에서 검토하게된다. 개인의 감각[受]이나, 정보처리 기능[想], 의지[行]에서 불변적이고 영속적인 자아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은 신체[色]에서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인식 활동의 주체인 식(識)은 일종의 영적인 주체로 아트만이 깃들고 있는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식과 무아설에 관해서는 다음절의 유식사상에서 상세히 논하겠으나 식과 아트만의 동일시는 허용되지 않는다. 출트림 갸쵸(Tsultrim Gyamtso) 의 다음 언급은 부파불교의 무아설을 요약하여 대변하고 있다. "우리는 마치 지속하며 단일하고 독립적인 자아를 믿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그러나 자세히 분석해 보면 그런 자아는 발견되지 않는다고 불교는 말한다. 다시 말해 온(蘊)은 자아를 결여하고 있다." 9) 부처님의 ‘짐진 자에 대한 설법’ 에서도 "오온이 짐이고 오온에 대한 집착이 짐을 운반하는 행위이며

     

    오온에서 벗어나는 것이 짐을 내려놓는 일이며 짐을 진 사람은 경험적 개체이다"고 하여 오온에 자아가 없음을 천명하였다. 불교는 바라문교의 전통 사상 중 아트만설은 부정한 반면 윤회설은 인정하였다. 무아(無我)인데 어떻게 윤회가 가능한가 하는 문제가 대두되었고, 부파불교 이래 유식불교까지 무아설과 윤회설의 정합적 이해를 위한 노력이 계속되었다. 부파불교에서는 업감연기(業感緣起)설로 이를 이해하였는데, 업력에 의하여 인과에 따라 윤회가 된다고 보았다. 도간경(稻竿經:Salistamba Sutra)에서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이동하는 요소는 전혀 없다. 그러나 업(業)이 익는다(熟)는 사실은 실현된다. 왜냐하면 인(因)들과 연(緣)들의 지속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떨어져 나간자가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 태어난다는 말은 아니지만 인들과 연들의 지속은 존재한다" 고 이를 설하고 있다. 10)

    Ⅳ. 유식불교의 인식론적 무아설
    초기불교의 3법인 중 제법무아(諸法無我)에서 보듯이 무아설은 현상적인 존재들인 법(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따라서 부파불교 시대에 법의 분석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구사론’에서는 5위75법으로 모든 존재를 분류했으며, 유식불교에서는 좀더 정교하게 5위100법으로 분류했다. 5위100법은 세친(世親)의 ‘백법명문론(百法明門論)’에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제법무아와 관련하여 ‘일체의 법은 무아’라는 뜻을 크게 둘로 나눠 인무아(人無我)와 법무아(法無我)로 나누는데 인무아는 사람의 영혼이나 아트만과 같은 윤회의 주체가 없다는 뜻이고, 법무아는 모든 존재에 영속적이고 불변적인 요소가 없다는 뜻이다.
    본 논고에서는 인무아 즉 아트만의 부정만을 다루고 있으며, 이점에서 모든 심리현상의 주체로 유식불교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인 심왕(心王)8법인 식(識)이론과 무아설의 관계를 고찰하겠다. 이는 불교의 무아설을 인식론적 측면에서 검토하는 것이다. 심왕 8법이 인식 주체로서의 8가지 식을 의미하며, 무아설은 이 8가지 식 가운데 아트만 또는 영혼이 없는데도 윤회는 가능함을 설명하고 있다. 8식 중 앞의 5식을 전오식(前五識)이라 하며, 안 이 비 설 신(眼 耳 鼻 舌 身)의 5감의 감각작용을 의미한다. 그런데 색법의 5근(根)과 5식(識)이 서로 상응하여 있지만 이의 현대적 해석은 명확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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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6월>

동국대 명예교수 해주 스님

한국 화엄과 조사선 교섭은 의상 스님 법성성기 사상에 근거

‘화엄경’의 세계는 경의 갖춘 제목인 ‘대방광불화엄경’과 구성 내용으로 보면 불과 보살 세계임을 알 수 있습니다. 보살도 또한 부처님의 본생보살의 길이면서 우리 성불의 길로서 불세계 장엄행입니다. 그러한 화엄세계인 법계를 화엄사상의 2대 측면인 연기와 성기(性起)의 연성이기(緣性二起)로 일단 크게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성기는 화엄법계가 여래 성품이 그대로 일어난 여래성기이고, 연기는 법계의 존재가 연 따라 일어난 법계연기입니다. 다시 말해서 불세계는 부처님의 성품이 그대로 일어난 성기이고, 보살세계는 연생연멸(緣生緣滅)의 연기입니다. 또 불·보살의 인과세계는 연기이고, 보살도로 불세계에 이르므로 연기의 구극이 성기입니다. 화엄보살도가 불세계 장엄이라서 연기가 성기이며, 불·보살이 다 지정각세간이므로 성기가 연기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화엄경’의 ‘성기품’ 성기 교설에 대하여 제일 먼저 주목한 화엄조사는 지엄입니다. 지엄의 연기와 성기사상은 의상과 법장에게 이어지고 재해석됩니다. 의상은 특히 지엄의 성기설을 이어받아 법성성기로 발달시켜 갔습니다.

의상은 지엄의 성기설에 영향을 입어 연기의 구극이 성기이며 연기가 곧 성기인 수연행을 수용하면서도, 지엄이 정법연기에 성기를 포섭시킨 것과 달리 오히려 성기가 연기를 포섭함을 보이고 있습니다.

의상의 화엄사상은 ‘일승법계도’와 스님의 강설에 담겨 전해지고 있습니다.

 

‘일승법계도’의 일승은 ‘화엄경’을 뜻하고, ‘화엄경’의 세계가 법계이며, 그 법계를 ‘반시’로 그려 보인 것이 ‘일승법계도’입니다. 따라서 의상의 ‘화엄경’ 관은 크게 일승, 법계, 법성이라는 세 용어를 통해 알 수 있다고 하겠으며, 또 법성으로 일승법계를 담아내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법성이란 단적으로 말하면, 법의 성품이 그대로 일어난 법성성기입니다. 법계 제법은 법성의 성이 그대로 일어난 것이라는 법성성기가 의상의 화엄일승법계 이해의 핵심이 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의상은 성기란 일어남이 없음이 성이고 일어나지 않음이 기이니, 기란 곧 법성이 분별을 여읜 보리심 가운데 현전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법의 본성과 같기 때문에 기라 이름할 뿐, 일어나는 모습이 있는 기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의상은 ‘화엄경’으로 안목을 삼아서 오오척법성인 십불을 바로 보는 수증법을 강조했습니다. 십불은 여래의 지혜성품인 여래성이 그대로 현현한 성기법성이니, 십불을 바로 본다는 것은 증분법성의 십불로 출현한다는 것입니다.

의상의 법성성기에 근거한 수증법을 다시 한 번 크게 두 가지로 묶어 부연해보겠습니다. 첫째, 법성을 바로 보고 오척신이 구래부동불임을 바로 깨닫습니다. 다시 말해서 오척법성신이 구래불로서 십불임을 바로 보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불정각해인의 보리심으로 자재하게 십불로 출현합니다. ‘이는 증분법성의 성기이다.’
<6면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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