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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6월>

    불교의 무아설과 융의 자기실현 비교고찰1

    불교의 무아설을 인도의 전통적 아트만 사상과 비교하고, 초기불교, 부파불교, 유식불교의 관점에서 고찰하였다. 상호 배타적으로 보이는 무아설과 윤회설의 조화를 이루기 위하여 업의 개념이 도입되고, 업의 상속을 가능케 하는 기반으로 아라야식이 핵심개념으로 들어온다. 무아설을 상세히 입증하기 위하여 5위 100법의 존재론적 분류와 함께 8식의 인식체계가 도입된다.
    아라야식을 정점으로 하는 8식의 인식체계는 정신분석학의 의식-무의식 체계와 심층심리학으로서 비교대상이며, 이중 무아설과 진여의 관계는 자아와 자기실현의 관계와 유사점과 차이점이 비교된다.

    Ⅰ. 서론
    불교의 사상 중 무아(無我)와 윤회 사상은 가장 널리 일반에 알려진 설이라 하겠다. 윤회는 주체가 있어야 하는데 무아설과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대두되며,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업(業)의 상속이란 개념과 의식보다 심층에 있는 아라야식 개념이 도입된다. 아라야식은 일체의 업이 함장되는 식으로써 의식과 자아는 이 아라야식에서 생멸하는 일시적 가유(假有)로 인정된다.
    불교의 무아설은 각 개체에 영원불멸의 실체인 영혼 즉 아트만이 실재한다는 바라문의 전통사상에 반대되는 사상이며, 부파불교의 아비달마 철학과 유식불교의 심식설(心識說)을 통하여 정교한 인식 심리체계에 바탕하고 있다. 초기에는 실체로서 영혼을 부정하는 인무아(人無我) 사상에서 대승불교에서는 일체 현상적 존재의 실체성을 부정하는 법무아(法無我) 사상으로 발전했으며, 모든 존재를 허상으로 보고 오직 아라야식만이 이런 존재의 기반이라는 유식설(唯識說)에 근거하고 있다.
    유식설의 핵심은 인식하는 주체로서 8가지 식(識)을 상정한 점이다. 이중 5가지 식은 5감의 인식체계이고, 제6식은 일상적 경험의 주체인 의식이며, 제7식은 자아 의식의 원천이고, 제8식은 아라야식으로 모든 업이 갈무리되는 장식으로 이의 견분(見分)을 제7식이 자아라고 집착한다.
    의식을 넘어선 제7식과 제8식을 심층심리로 상정한 점에서 현대서구 정신분석학과 분석심리학의 무의식과 상통하는 바가 있다.

     

    특히 아라야식과 융의 집단무의식은 깊은 관련이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이부영 등 많은 선행 연구가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불교의 무아설을 아트만 사상과 부파불교의 관점에서 개괄한 후 유식불교의 아라야식의 종자-업 개념 및 윤회설의 관점에서 고찰했다. 다음 융의 분석 심리학의 자아(自我 Ich)와 자기(自己,Selbst) 원형 및 자기실현의 개념과 비교하여 유사점과 상이점, 상호 회통 가능성을 논하였다.

    Ⅱ. 우파니샤드의 아트만 사상
    불교의 무아설(無我說 anatman)을 이해하려면 석가모니 이전부터 있어온 우파니샤드의 아트만(atman) 사상을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 두 사상은 인도 철학의 양대 흐름으로 실재(實在 Reality)에 대해 상반되는 견해를 대표한다. 바라문교의 전통에서는 각 개인마다 불변 부동의 실체인 아트만이 있어서 존재의 영속성이 유지된다고 보았다. 불교의 무아설은 이러한 아트만 존재를 부정하는 새로운 사상으로 어떤 사물도 불변의 실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본다.
    바라문교의 대표적 경전이라고 할 우파니샤드는 아트만과 브라만(Braman)이라는 둘을 현상적 세계의 근거로서 궁극적 실재(Ultimate Reality)로 본다. 브라만은 우주전체이며 이 세계의 객관적 측면이라 볼 수 있고, 아트만은 개체의 주관적인 측면이라 볼 수 있다. 우파니샤드는 상반되는 두 개념인 아트만과 브라만을 논리적 상호 배제에도 불구하고 하나로 결합하는 초월성을 보여준다. "브라만과 아트만은 하나" 1) 라고 말한다 . 이러한 진술은 논리적으로는 오류이거나 무의미하다. 그러나 무제약자(無制約者)인 궁극적 실재에 대한 상징적 표현으로 받아들일 때 초월적 통찰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자기(Self)가 브라만이며, 이 모든 것이다" 라는 진술은 동어반복이 아니라 아트 만이라는 개체적 실체와 브라만이라는 전체적 실체의 이해를 위해서는 논리를 초월한 특별한 통찰력이 요청된다는 종교적 언어의 상징성으로 보아야 한다.
    아트만과 브라만이라는 개체와 전체를 상징하는 두 개념이 결코 서로 분리된 실재가 아니란 점이 종교적 통찰력을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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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6월>

 

한국 화엄과 조사선 교섭은 의상 스님 법성성기 사상에 근거

돈오원수의 돈오점수는 화엄성기설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지눌은 불심인 선과 불어(佛語)인 교가 서로 다르지 아니함을 ‘여래출현품’의 여래심 교설에서 확인하였으며, ‘신화엄경론’에서 선교일원인 화엄교의 오입문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원돈성불론’을 짓고 원돈신해문을 시설한 것입니다.
지눌은 불심인 선과 불어(佛語)인 교가 서로 다르지 아니함을 ‘여래출현품’의 여래심 교설에서 확인하였으며, ‘신화엄경론’에서 선교일원인 화엄교의 오입문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원돈성불론’을 짓고 원돈신해문을 시설한 것입니다.

‘원돈성불론’에서는 ‘신화엄경론’의 ‘부동지불(不動智佛)’설을 의용하여 “수심인은 먼저 자심의 일용무명분별의 종자로써 제불의 부동지를 삼은 후에 의성수선(依性修禪)하는 것이 묘(妙)하다”고 강조합니다. 지눌은 ‘신화엄경론’에 의거한 이러한 수행을 성기문으로 보았습니다. 초심범부가 자기 마음의 근본보광명지를 깨닫고, 이 깨달음에 의지하여 닦아서 결국에는 보현행을 이룬다는 것이 원돈신해문의 돈오원수입니다. 이는 의상이 누누이 강조한, 오오척신이 구래 십불 그 자체임을 바로 보아 십불로 출현케 한 것과 통한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의상의 특징적인 증분법성의 성기사상이 보조선의 돈오점수설에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점은 아울러 지눌이 의상의 ‘일승법계도’설을 인용하여 해설한 내용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선과 화엄의 교섭이 이루어지는 수행가풍 속에서 조선시대 설잠(雪岑)은 ‘법성게’를 선적으로 주석함으로써, 화엄과 선의 일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설잠은 법성에 초점을 맞추어 ‘법성게’를 주석했으니, ‘대화엄일승법계도주병서’입니다. 설잠은 서문에서 의상이 처음 ‘일승법계도’를 만든 법성원융의 본래면목이 교망(敎網)으로 인해 상실되었다고 개탄하고, 그 개요인 210자의 종지를 법성으로 파악하고 그 소식을 간명하게 드러내고자 함을 밝히고 있습니다.

 

‘법성게’가 ‘법성원융무이상(法性圓融無二相)’ 등의 증분4구로써 대화엄의 중중무진법계를 다 설해 마친 것인데, 의상법사가 자비심으로 연기분을 시설하였다고 하며, 법성외에 따로 일단 진성이 있는 것은 아님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법에는 심천이 없으나 깨달음에는 선후가 있기 때문에 중생이 증득할 수 있도록 방편으로 진성을 가작한 것이지 법성을 따로 두고 하는 말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후 선수행자의 교과서처럼 중시된 ‘선가귀감’에서, 서산은 간화선을 중심으로 하는 조사선을 펴고 있지만, 교의 수행방편 또한 선수행과 동등하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수행가풍 속에서 ‘법성게’는 그 독송만으로도 공덕이 한량없음을 믿어 널리 유통되었습니다. 영·정조 시대에는 전국 사찰의 대소설재에 ‘법성게’가 독송되지 않는 곳이 없었다고 전해집니다.

‘일승법계도’는 조선시대에 또 한 번의 주석이 이루어졌으니, 도봉유문(道峯有聞)의 ‘법성게과주’입니다. 유문은 ‘법성무이상(法性無二相)’ ‘이사무분별(理事無分別)’로 법계를 원증하도록 한 것이 의상의 종안(宗眼)이라고 피력합니다. 그리고 ‘법성게’ 전체를 연기적 실천의 입장에서 의상의 법성을 드러내려는 해설을 가하고 있습니다. 그 후로도 참선·간경·염불의 삼문수업과 참선·간경(경학)·염불·송주·가람수호 등 오종의 수행가풍 속에서, 의상계 화엄전통은 끊이지 않고 면면히 이어져 왔습니다.

의상 화엄은 지눌과 설잠의 경우처럼, 조사선과의 교섭이 있었음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화엄이 조사선과 교섭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의상의 법성성기 사상에 근거한 것임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의상이 설파한 ‘행해본처(行行本處) 지지발처(至至發處)’의 불사가 면면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6.09.06 법보신문 / 정리=김규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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