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엔카레(물)!’ 케냐 황무지에 희망이 자란다

운영자들COLON Noeulkim, Sewolmusang, paraMitakim, lomerica, paraMita, admin

BUTTON_POST_REPLY
lomerica
전체글COLON 143
가입일COLON 2015-05-11, (월) 8:22 am

‘기적의 엔카레(물)!’ 케냐 황무지에 희망이 자란다

전체글 글쓴이: lomerica » 2016-11-09, (수) 1:43 am

지구촌공생회, 케냐에 전한 자비의 손 ㊦
1)152709_104547_43.jpg
1)152709_104547_43.jpg (73.58 KiB) 1452 번째 조회
메마른 땅에 생명의 우물 건립
척박한 땅은 푸른 농지로 개간
주민 참여 담보, 추가지원 약속

“스스로 일어서려 노력하는 것,
케냐 발전 자립의 씨앗 될 것”

지난 5일(현지시각) 케냐 카지아도 타운에서 62km 떨어진 레소이트 마을. 집에서 20분을 걸어 ‘레소이트 핸드펌프(손으로 물을 끌어올리는 장치)’에 도착한 메리엄 투페트(48) 씨가 20L 물통에 물을 가득 채웠다. 두 달 전만 해도 매일 2시간을 걸어 하루 세 차례 물을 뜨러 다녀야 했던 메리엄 투페트 씨는 양쪽 어깨에 물통을 짊어진 채 “‘기적의 엔카레(물)!’”라고 외치며 환하게 웃었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흙탕물 대신 맑은 물을 마시게 할 수 있어서, 깨끗한 물로 자주 씻을 수 있어서 좋다”며 “이제 하루 6시간을 걸어 물을 길러 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레소이트 마을에서 ‘맑은 물’은 기적 같은 존재였다. 레소이트 마을 주민들은 제대로 된 우물이 없어 늘 식수와 생활용수 부족에 시달려야 했다. 하나밖에 없던 우물은 몇 년 전부터 메말라 바닥을 드러냈고, 주민들은 우기를 기다리다 못해 물웅덩이를 찾아 2~3시간을 헤맸다. 그나마 남아있던 웅덩이 물은 가축의 배설물로 오염돼 악취를 풍겼지만, 주민들은 이 물을 생명수처럼 마시고 몸을 씻는 데 썼다. 레소이트 마을의 면장인 피터 그루나(48)씨는 “웅덩이 물을 마신 아이들이 나쁜 병에 걸려 설사를 하고 배앓이를 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며 “마을 모든 주민들이 우물이 생기기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다”고 했다.

해외 빈곤 국가에 2328개의 우물을 설치해온 국제개발협력단체 지구촌공생회가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 케냐에 ‘생명의 우물’을 또 하나 팠다. 지난 5일 지구촌공생회 이사장 월주스님과 사무총장 원광스님, 특별 후원사찰 완주 대원사 주지 석문스님, 감사 도연스님, 케냐지부장 탄하스님 등 10여 명의 방문단은 케냐 카지아도 주 레소이트 마을을 찾아 마을에 새로 들어선 핸드펌프를 점검하고 주민들로부터 스스로 우물을 책임지고 관리해나가겠다는 약조를 받았다.

지구촌공생회가 케냐에 18번째로 건립한 ‘생명의 우물’, ‘레소이트 핸드펌프’는 깊이 100m로 시간당 10톤의 물을 끌어 올린다. 마을 150가구 2500여 명의 주민들이 오염된 식수에 대한 걱정 없이 깨끗한 물을 충분히 마실 수 있을 만큼의 양이다. 케냐지부장 탄하스님과 인연이 있는 한국의 의성군불교신도연합회가 1800만원을 후원하며 건립된 ‘레소이트 핸드펌프’는 이제 케냐 작은 시골 마을의 소중한 재산이 됐다.

이날 레소이트 핸드펌프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는 모습을 본 월주스님은 마을 주민들에게 한 가지 약속을 받았다. 월주스님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물을 마실 수 있기 위해서는 마을에 설치된 우물이 앞으로도 잘 관리돼야 한다”며 “우물이 마을 모든 이들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신경써 살펴달라”고 했다.

케냐지부장으로 부임한 직후 물 부족을 겪고 있는 레소이트 마을을 둘러볼 때마다 가슴이 저려왔다던 탄하스님은 “펌프질을 할 때마다 맑은 물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니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쁘다”며 “지역 주민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만큼 지부에서도 지역민들과 함께 우물을 잘 관리해 나갈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5)152709_104544_41.jpg
5)152709_104544_41.jpg (77.18 KiB) 1452 번째 조회
지구촌공생회 ‘생명의 우물’은 단순히 물 부족에 대한 갈증을 풀어 준 것만이 아니다. 척박한 땅에 꿈을 심고 희망을 자라게 했다. 지구촌공생회가 2009년 조성해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인키니 농장은 저수지 ‘민세지(池)'가 들어서면서 흙과 돌무더기가 있는 황무지에서 비옥한 농지로 변했다. 농사에 쓸 수 있도록 우기에 빗물을 모아 두는 민세지는 2010년 월주스님이 민세상 수상 상금 2000만원을 보시해 만든 저수지다.

주민들은 민세지에서 나온 물을 끌어와 인키니 농장 2만6446㎡(8000여 평) 부지 농업용수로 사용한다. 촉촉하고 기름지게 변한 땅에선 이제 해마다 양파, 옥수수, 케일 등이 재배된다. 주민들은 이들을 내다 팔아 수익을 낸다. 1년 수익은 아직까지 고작 400만원에 불과하지만 척박한 땅을 자신들의 힘으로 일궈낸 경험은 주민들로 하여금 “노력하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했다. 5년 전부터 인키니 농장일에 참여하며 마을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 조셉 마사이(43) 씨는 자신감이 가득 찬 눈빛으로 “건기에도 농작물을 죽지 않게 할 수 있다”며 “더 많은 농사법을 배워 배불리 먹을 만큼 풍족한 작물을 수확하고 싶다”고 했다.

지구촌공생회 국제개발협력 사업의 가장 큰 원칙은 ‘자립’이다. 월주스님은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올로레라 태공초등학교, 엔요뇨르 영화초등학교, 올고스, 올마피테트 우물 등 지구촌공생회 사업장을 하나씩 둘러보며 시설을 점검하고 사후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했다. 더불어 시설 발전을 위한 마을 주민들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스님은 가는 곳마다 마을 운영위원회에 “핸드펌프에서 솔라펌프로 교체하길 원한다면 주민들이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제시해달라” “땅과 인력을 제공한다면 건물을 지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다시 올 때까지 땅을 더 푸르게 가꾸면 주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을 들어 주겠다” 등의 제안을 했다. 지구촌공생회 사업이 단순한 ‘원조’로 일회성에 그치기보다 주민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기 위함이다.

스님은 수혜자가 스스로 품을 들여 애써서 가꿔야 후원자들의 소중한 보시금이 제 값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건립하는 학교마다 마을 부지를 기부 받아 우물을 추가로 만들고, 농장도 개간한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부족한 물을 공급받고 공부도 하며 농사도 짓는다. 마을 주민들에게도 그들이 할 수 있는 선에서 학교와 우물, 농장의 지속적인 운영을 담보로 더 나은 추가 지원을 약속한다.

스님은 “설치된 우물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황무지를 푸른 농작물이 가득한 땅으로 만드는 일들이 주민들에겐 자립의 씨앗이 될 것”이라며 “스스로 일어서기 위해 노력하는 곳에 더 많은 지원을 하고 또 이 모습을 보며 자란 아이들은 케냐 발전을 위한 동량으로 바르게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올마피테트 만해중고교에서 만난 문고리 키레아 학교장은 “시간을 내서 먼 오지까지 찾아와 도움을 준 스님의 정성을 당연한 호의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학생 수를 늘리고 기숙사를 만들어 더 많은 아이들에게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저같은 에이즈 환자 돕고 싶어요
젖소 잘 키워 의사 꿈 이룰게요”

■마틴다 카테이 엔요뇨르 영화초등학교 학생

"의사가 돼 저와 같은 에이즈 환자들을 낫게 하고 싶습니다. 이제 좋아하던 공부를 포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선물 받은 젖소를 잘 키워 할머니와 동생들을 돌보며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겠습니다."

지난 4일 지구촌공생회로부터 젖소 5마리를 선물 받은 마틴다 카테이는 “이제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밝게 웃었다. 마틴다 카테이는 지구촌공생회가 건립한 엔요뇨르 영화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중이다. 지난해 에이즈에 감염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아버지의 면도기를 같이 사용하던 자신 또한 HIV(에이즈바이러스)에 걸렸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마틴다는 집안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됐다.

친구들 사이에서 책임감 강하고 공부도 잘하는 믿음직한 친구로 통하던 마틴다는 병에 걸리면서 체육시간만 되면 쉽게 주눅이 들었다. 오랫동안 뛰어놀면 쉽게 숨이 찼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틴다는 반에서 1~3등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열성이다. 스와힐리어와 영어 과목을 가장 좋아한다는 마틴다는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학교에 나올 정도로 공부가 좋다고 했다.

마틴다는 “지금 당장 병 때문에 크게 아프거나 불편한 것은 없다”며 “공부를 열심히 해 더 큰 학교에 가서 의사 선생님이 돼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마틴다에겐 학비를 감당한 여유가 없다. 다행히 이 사정을 전해들은 지구촌공생회 케냐지부는 마틴다에게 젖소 5마리를 선물했다. 젓소의 젖을 짜서 우유를 팔아 번 돈은 생활비로 쓰고, 여동생들이 크면 소를 팔아 시집을 보낼 수 있도록 자립의 기반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마틴다는 “마사이족, 특히 내게 소는 목숨과도 같다. 젖소가 생겨 할머니와 남동생, 여동생들을 돌볼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젖소를 선물해준 한국의 후원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불교신문/케냐 카지아도=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BUTTON_POST_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