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잊었다는 누나에게, 어느 오름 길에서, 익어가는 대추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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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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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COLON 2015-05-11, (월) 8:22 am

나를 잊었다는 누나에게, 어느 오름 길에서, 익어가는 대추알

전체글 글쓴이: lomerica » 2017-08-30, (수) 1:35 am

2me0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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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잊었다는 누나에게
1962년 6월 11일 문학의 밤 발표작(김도안)

두고간 獨版 寫眞이
파리하게 얼룩져 있다.
하루를 길다 하고 짜증하신
이맛살과
거울 속 비친 얼굴
생각일랑 잊으시구려
눈이 시리게 바라보시는
눈길일랑
밀려오는 湖水에
무수한 모래알을 헤어보면
여름이 갔느냐고 묻는데
어느 만큼에서 실오라기 미풍이
남은 짧은 시간을
재촉하고 있구려.
2me0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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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오름 길에서
1962년 7월 15일 아리랑고개 마루에서(김도안)

여름밤이 길다는 어느 오름 길에서
얼빠진 群像들이
失意의 微笑를 去來하고 있다.
순간이 짧은 길목에서
愛撫와 憎惡가 교착 되는데
잃어버린 육중한 몸짓들이
나래를 펴고 함성을 놓는다.
2me03.jpg
2me03.jpg (3.7 KiB) 1165 번째 조회
익어가는 대추알
1962년 8월 10일(김도안)

벌써 몇 해를 지냈나 보다
그때도 한 그루의 대추나무가
몇 해를 두고 같이 자랐지.
지금은 그 누가 지켜보면서
한알 두알 헤어 보겠지.
그러나 지금은 소식하나 없어.
그날은 동무들이 찾아 왔었지
영복이 윤길이 또 복순이
우리들은 같이서 지켜만 보며
중구절 오기만 기다렸어.
하지만 이제는 잊어버린 날
그날이 오늘로 닥아 오는데
어느 만큼에서 익어가는 대추알이
알알이 우리집 뜰앞에서
닥아 오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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