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한은 박근혜 정부의 패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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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COLON 2015-05-11, (월) 8:18 am

교황 방한은 박근혜 정부의 패착

전체글 글쓴이: Noeulkim » 2015-05-12, (화) 4:23 am

교황 방한은 박근혜 정부의 패착
[한상봉의 교회와 세상]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한상봉 | 승인 2014.08.08 17:16:37

사랑 없이 시인은 없다. 마찬가지로 사랑 없이 그리스도인은 없다. 토마스 머튼은 “성인(聖人)이란 오직 하나의 얼굴만을 아는데, 그것은 곧 사랑의 얼굴”이라고 했다. 이 사랑의 얼굴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이들이 신앙인이다. 미국 켄터키 주에 있는 겟세마니 수도원에서 토마스 머튼이 수련장으로 일할 때 만난 수련자 가운데 한 사람이 에르네스토 카르데날이다.
한국 교회에는 분도출판사에서 번역출간된 ‘침묵 속에 떠오르는 소리’, ‘말씀이 우리와 함께’로 알려진 카르데날 신부는 “삼라만상은 서로를 사랑한다. 세상만물은 각자 하나의 ‘너’를 향하고 있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서로 내밀한 관계에 있다”고 했다. 시인이며 니카라과의 혁명가였던 카르데날은 “삼라만상은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를 먹여 살리며, 탄생과 성장, 번뇌와 죽음이라는 거대한 과정 속에서 서로 결합되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아우구스티누스가 한 말처럼 하느님을 발견할 수 있기 전에는 휴식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삼라만상이 갈망해 마지않는 그 ‘너’를 만난 뒤에야 비로소 우리들 마음속에 들어 있는 거대한 우주의 고뇌가 진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어야 비로소 사람의 조그만 가슴을 만유인력의 전체적 힘으로 내리누르고 있는 그 위대한 사랑이 휴식을 얻게 될 것이다.” (침묵 속에 떠오르는 소리-분도출판사, 1977)
식민지와 군사독재로 얼룩졌던 슬픔의 땅에서 온 교황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고, 평화 촉진하는 교회를 희망한다” 그 사랑은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우리에게 왔다. 전례 없이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갑작스럽게 교황직을 사임하면서, 266대 교황으로 고난 받던 식민지, 군사독재로 얼룩졌던 슬픔의 땅 아르헨티나에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 추기경이 로마로 왔다. 그는 삼라만상과 밀애를 즐길 줄 알았던 아시시의 프란치스코를 자신의 이름으로 삼았다. 가장 가난한 자리에서, 프란치스코는 자신이 고안해낸 구유에 무력한 자의 모습으로 현존하는 아기 예수에 주목했던 인물이다. 제도의 힘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가난한 자에게로 ‘복음’을 가져다 준 사람이었다. 그 복음은 자기로 향하지 않고, 바깥을 향해 시선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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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13일, 막 선출된 교황 프란치스코가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출처 / 교황청 유튜브 갈무리)

무너진 산 다미아노 성당을 재건하는 힘이 교회 밖에 있는 가난한 이들이었던 것처럼, 새로운 교황, 파파 프란치스코는 세상의 고통을 멈추게 하고,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기쁨은 차별과 배제의 경제를 넘어서는 곳에 있다고 믿었다. 이 복음은 당연히 전쟁 같은 세상 한가운데서 선포되어야 하는 ‘하느님의 자비’였다. 그 자비의 일차적 수혜자는 ‘지금 여기에서’ 슬픔에 젖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에게 람페두사의 난민들이나 팔레스타인의 가련한 백성들은 이들처럼 가난했던 예수의 친척이요 자매형제였을 것이다.
그래서 교황은 권고 ‘복음의 기쁨’을 통해 세상을 향해 길을 떠나고, 뛰어들고, 열매 맺고, 기뻐하는 교회를 요청했다. 교황은 “문 밖에서 백성들이 굶주릴 때, 예수께선 끊임없이 ‘어서 저들에게 먹을 것을 내어주라’고 가르치셨다”면서 “안온한 성전 안에만 머무는 고립된 교회가 아니라 거리로 뛰쳐나가 멍들고 상처받고 더러워진 교회를 원한다”고 말했다.
교황이 믿는 교회는 은총을 나눠주고 대가를 요구하는 세관이 아니며, 미사 중에 나누어 주는 성체 역시 “완전한 자들을 위해 내리시는 상이 아니라, 약한 자들을 위해 주시는 강력한 치료제요 영양제”라고 말했다. 이처럼 교황은 이 시대의 요구를 무시한 채 전례와 교리에만 “과시적으로 집착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교회를 “바깥을 향한 존재”로 규정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복음의 기쁨’은 사회문제와 관련해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고, 평화를 촉진하는 것이야말로 선교적 교회가 되기 위한 구성적 요소”라고 강조하며, 배제와 불평등의 사회를 비판하고 “오늘날은 경쟁과 적자생존의 법칙에 지배되고 있으며, 힘 있는 사람이 힘없는 사람을 착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에게 불평등을 낳는 통제받지 않는 자본주의는 ‘우리 시대의 우상’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하느님은 우리가 모든 형태의 노예상태에서 해방되길 원하신다”고 말했다. 이게 약자를 배려하는 하느님의 자비라는 것이다.
교회와 세상에 대한 교황의 급진적 발언은 우리 신앙의 원천인 ‘예수’가 급진적이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다. 교황은 “성령께서 담대하게, 큰소리로, 언제 어디서나, 또한 시류를 거슬러, 복음의 새로움을 선포할 힘을 불어넣어 준다”고 믿었다. 이 복음의 새로움은 나를 변화시키고 교회를 변화시키고 하느님의 발판인 이 세상을 변모시킨다.

교황 방한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덕인가?
교황은 한국에서 ‘사회적 슬픔’을 볼 것이다. 이 교황이 우리나라에 다녀가고 나면, 한국 사회에 기쁨이 돋을까?
한국 교회가 교황이 요청한 대로 성령에 이끌려 “거리로 뛰쳐나가 멍들고 상처받고 더러워진 교회”가 될까? 세월호 침몰로 참담한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가 되고, 참사 원인과 구조 과정에 얽힌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고 대한민국이 ‘안전한 사회’가 될까? 군대 폭력이 사라지고, 강정 해군기지 공사가 멈추고, 핵발전소가 가동을 멈추면서 밀양 할머니들이 행복한 미소를 안고 집으로 돌아가실까? 사회복지 재벌이 된 꽃동네가 해체되어 장애인들의 독립적 삶을 보장하는 행복한 공간이 될까? 명동성당이 ‘민주화의 성지’로 돌아가고, 추기경이 ‘가난하고 무력한 이들의 벗’이 될까?

교회 일각에서는 이번 교황 방문이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하는 효과를 낳지 않을까,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방문 첫 행사가 청와대 방문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 인사들은 한동안 이번 교황 방한 성사가 오로지 박근혜 대통령의 공덕이라고 추켜 세우곤 했다.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으로 한동안 ‘대통령 사퇴’ 여론까지 가톨릭교회 안팎에서 일어나는 상황이라서 정부 측에서도 다급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 측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번 교황 방문은 분명한 ‘사목방문’이다. 교황은 유럽교회뿐 아니라 다른 지역교회 역시 노령화되는 현상에 주목하면서, 청년들을 복음적 여정으로 다시 불러 세울 필요가 있었다. 교황의 첫 해외 순방지가 브라질 세계청년대회가 되었던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목방문지로 선택하는 지역은 대부분 평화가 위협받는 분쟁지역이나 제3세계의 가난한 대륙이다. 브라질,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알바니아, 스리랑카, 필리핀, 그리고 한국은 마지막 분단국가다. 특히 지금 대한민국은 ‘세월호’ 사건과 ‘윤일병 치사’ 사건으로 뒤숭숭하고 참담한 이들의 안타까운 울음이 낭자한 땅이다. 이 모든 슬픔의 배후에 박근혜 정부가 있고, 부패한 관료집단과 탐욕스런 자본이 상처를 갈수록 무자비하게 후비고 있다.
교황이 이미 언급한 ‘돈에 대한 우상숭배’가 빚어낸 차별과 배제, 불평등의 천박한 자본주의, 그리고 공동선과 사회적 책임이 뒷전으로 밀려난 ‘정치실종’의 땅이 대한민국이다. 교황 방한이 임박할수록 조급해진 것은 박근혜 정부처럼 보인다. 정통성 시비를 덮고 가려고 교황 방한을 추진했지만, 이제는 교황이 자신들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커졌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압승한 새누리당은 주눅 든 야당을 당겨서 제 입맛에 맞는 ‘세월호 특별법’을 교황 방문 하루 전날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지 않는 특별법안에 대해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가 강력히 항의하고 나서고 있다. 교황은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에서 추진한 대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을 일부 만날 것이다. 이들에게서 대한민국에 두루 퍼진 ‘사회적 슬픔’을 직접 보게 될 것이다.

세월호와 만나는 교황…광화문에서 국가폭력 희생자 복자로 선포할 것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농성장은 시복 미사에 봉헌되는 광화문광장 가운데 있다. 사전에 경찰력을 동원해 볼썽사납게 농성장을 철거하지 않는 한 교황은 카퍼레이드 도중에 세월호 유가족들의 농성장에 직면할 것이고, 그 자리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방한 전에 한국을 찾아왔던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토소 주교가 밝힌 것처럼 교황은 이미 세월호를 비롯해 강정, 밀양, 쌍용차 해고노동자 문제 등을 소상히 알고 계신다. 평소 교황의 태도로 볼 때, 교황은 말보다 먼저 손길로 ‘하느님의 자비’를 드러낼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 적폐가 쌓여 이제는 ‘교황 방한’이라는 바둑돌이 패착이 되고 말았다. 1984년의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때와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박근혜 정부가 전두환 정권에서 학습한 것은 교황 방문을 유치해 천주교회의 저항을 무마시키려는 것이었지만, 그 정권이 끝내 6월 민주항쟁을 불러왔음도 학습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이번 세월호 유가족들과 한국 천주교회는 한 몸처럼 서로 다독거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정권 개조’ 차원에서 체질을 바꾸지 않는다면, 교황 방한은 “가난한 이를 위한 우선적이고 복음적인 선택”을 지향하는 교황의 생각대로 한국 교회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수도 있다. 교황은 지금 대한민국 국가권력의 심장부인 광화문에서 ‘길거리 미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곳에서 국가권력에 의해 희생된 순교자들을 ‘복자(福者)’로 현양할 것이다.
한상봉 (이시도로)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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