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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남북공동선언과 앞으로의 과제(2000.8)

올린 게시글COLON 2017-05-06, (토) 2:52 am
글쓴이: lomerica
6.15 남북공동선언과 앞으로의 과제
(Korea Today: Aug / Sept 2000) 김도안
*필자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관음사 주지이며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 미주본부 회장 및 한반도 통일연구회 연구분과위원장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한국인권문제연구소 중앙이사이다.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앞으로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를 적어보겠다.


1. 두 정상의 대화창구가 계속 이어지도록 남북한에 국민적 합의에 의한 범민족화해추진위원회(헌법기구)가 결성되어야 하겠다.

6.15 합의 선언은 분단 55년 만에 이루어낸 것으로서 우리 민족사에 크게 기록될 선언이며 화해와 협력 그리고 평화공존을 통한 민족 대단결을 대내외에 선언하였다. 남북한 정상들은 실제로 전 세계를 향하여 평화선언을 TV 앞에 공개적으로 가진 것이다.
또한 남북한 정상회담에서 합의 결의한 내용들은 남북의 통치자로서 결행한 것이었으며 자국의 실정법을 위해 법적 조치를 취하여야 할 내용들도 있었고 정부간에 맺은 외교문서로서 통과절차를 받아야 할 특수한 내용들도 있다고 보겠다. 현재 우리 대한민국 정부는 의회 민주주의 국가로서 국가 통치자의 결단과 결정으로 좌우되는 것이 아니므로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할 내용도 있으며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할 내용도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모든 법은 만민 앞에 평등하기 때문에 통치자라도 법이 정한 규정을 준수하여야 할 것이다. 현행법에 저촉된다고 보이는 남북 합의에 의한 실천 사항들은 개헌을 해서라도 이행되어야 할 것이다.
금번 두 정상의 만남은 법을 뛰어넘은 통치자로서의 큰 결단이었으며 민족은 하나라고 하는 대의명분으로서 애국적인 선택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제 두 정상간의 합의사항들이 우리 민족이 살아가야 할 최선의 선택이며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고 본다면, 민족의 장래를 생각해서 7천만 우리 민족 모두는 두 정상간의 합의사항이 실행될 수 있도록 국민적 합의를 이룩하여야 할 것이다. 이 일을 위해서는 정부 조직과 관련단체의 조직도 새롭게 틀을 짜 나가야 할 것이고 국회는 관계 법률을 손질해 개정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남북 경제협력을 통한 단계적 민족경제공동체 조성 및 활성화를 위해서는 장기적 플랜을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 대통령단임제로서는 업무수행이 어렵고 북한의 최고 권력자와의 대화를 위해서는 적어도 앞으로 4,5년의 기간이 연계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현존 헌법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범민족적 통일운동의 모체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두 정상들이 합의한 통일정책을 추진함과 아울러 그 구성 또한 재편하여 각계 직능대표는 물론, 남과 북을 화해시키는 사회지도층 인사와 중도노선 세력들을 규합하여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여야 할 것이다.


2.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상대방 체제에 대한 무조건 비판이나 약점을 들추어서는 안된다.

지금까지 남북한은 대결구도에서 상대 비방뿐 아니라 악의에 찬 허위선전으로 일관해 왔다. 이제 상대방을 동반자의 관계뿐 아니라 앞으로 통일을 대비한 민족구성원이라는 생각에서 일체 비방과 모략중상을 중지하여야 할 것이다.


3. 민족공동체의식을 일깨우기 위하여 동질성을 회복하여야 한다.

가) 우리 민족은 한 강토에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이어오면서 같은 말과 글을 쓰면서 5천년을 함께 살아왔다. 그런데 단일민족으로서의 언어문자는 크게 변질되지 않고 있으나 오랜 분단으로 인하여 언어적 표현과 문자의 이질화 현상이 날로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과 북의 언어학자와 한글학자간의 교류협력과 통일된 사전편찬 작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나) 또한 우리 역사문헌들이 체제에 따른 분단이념으로 왜곡되고 오역되어 있어서 남과 북이 그 정사(正史)를 함께 찾아 나가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분단 50년사는 그대로 두고라도 한국 고대사나 중세사나 근대사를 이해하는데도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 남북한 역사학자는 서로 협력하여 역사를 새롭게 정리하고 편찬을 완성하여 민족사의 바른 역사인식과 동질성 회복에 이바지하여야 할 것이다.

다) 민족문화의 전승과 민족정신의 함양을 위하여 민족공동체로서의 동질성을 회복하여야 한다. 민족문화전통은 그 오랜 역사를 통하여 관습화된 생활양식과 사회 경제적 조건과 자연환경 속에서 다른 민족의 것과 구별되어 고유한 민속을 가지며 그 가운데서도 생활력이 있고 우수한 것들은 장구한 기간 동안 계승되면서 전통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우리 민족의 민속전통은 자연과 사회를 개조하며 정신적 및 물질적 재부를 창조하는 노력에 의하여 이루어졌으며 거기에는 식생활 문화, 가족, 노동, 명절, 놀이, 음악, 무용, 구전문학, 민속공예, 기타 민족 생활의 현상 여러 분야에서 전통화된 풍습이 포괄되어 있다. 이러한 오랜 전통 속에 전승되어온 우리 뿌리의식과 민속적 전통사상은 길이 보존하여야 하며 계승되어야 할 과제인 것이다. 이러한 자료와 전승되고 있는 우리 문화적 산물은 그 분야의 남북 학자 및 기능인의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져 민족공동체 안에 전승 보존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라) 민족문화 보존과 유형무형문화재 발굴조사는 남북한이 함께 전개하여야 할 시급한 과제이다. 통일의 그 날을 위해서도 남과 북으로 단절된 반쪽의 문화를 온전한 것으로 복원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오늘의 이념적 갈등은 장구한 민족사의 흐름에서 보면 사실상 한 포말에 지나지 않는 찰나에 불과한 현상인지도 모른다. 인류의 역사에서 불변하는 사상과 절대적인 진리란 없다. 역사가 흐르면 모두가 변한다. 그러나 유형문화재는 그 시대의 사상과 표현을 담은 가장 소중한 민족 문화유산이다. 우리는 분단으로 그리고 전쟁으로 그 오랜 전통문화유산이 해외로 유실되었으며 전쟁의 포화로 인하여 파손되어 그 흔적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그 문화유산이 지하에 묻혀있다 하더라도 발굴에 따른 경비와 전문적인 인력부족으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군사분계선 상에 있는 비무장지대의 역사문화 보존지역은 1600년의 오랜 역사의 불교 문화재가 소장되어 있는 특수한 지역이다. 이제 남북한 고고학자와 역사학자 그리고 문화재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발굴조사에 참여하고 그 문화유적의 복원사업을 전개하여야 할 것이다.

마) 남북한 경제도약과 민생복지를 위해서는 소모적인 군비경쟁에서 탈피하고 국방예산을 전폭 삭감하야야 한다. 미국 CIA 96년도 자료에 나타난 남북한 군사비 비교를 보면 한국의 군사비가 174억불이고 북한은 년간 약 50억불 내지 70억불을 사용하고 있다. 아마도 2000년도에는 남북한의 군사비는 96년보다 15%정도 증액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남북한 간의 경협을 통하여 민족경제를 활성화하자고 남북정상들이 합의하였다. 그러한 결정에 앞서 군비축소회담이 이루어져 국방예산을 절감한다면 민족경제부양은 물론 민생복지사업이 크게 회생되지 않겠는가? 민족공동체로의 공존공영을 위해서도 우리는 한반도에 평화정착이 이루어져야 하며 과도한 군사비를 요하는 국방정책의 전환도 검토되어야 할 과제라고 본다.

바) 남북한 화해협력을 위해서는 종교단체가 제각기 교세확장을 위한 선교차원보다는 민생복지를 위한 협력 대열에 서서 범 종교연합으로 남북화해사업에 적극 나서야 하겠다. 우리 대한민국 종교인 비율을 보면 불교가 37.4%, 개신교가 25.6%, 천주교가 4.8%, 유교가 17.5%, 천도교가 3.6%, 원불교가 3.2%, 기타 종교가 6.8%이고, 비종교인 비율은 전 인구의 22.3%로 되어 있다. 이제 한국은 다종교사회로 전환되었다. 국가정책을 바꿀 수 있는 힘은 어느 한 종교에도 주어지지 않는다. 특히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종교의 선택이나 종교적 신앙이 국가로부터 지배받지 않으며 정교분리가 보장되어 있는 사회이다. 이제 종교단체는 민족의 통일문제와 민생문제를 함께 걱정하고 남북의 화해운동에 함께 동참할 때이다. 북한에서는 천도교가 북한정권의 가장 큰 핵심적 종교집단으로 되어 있다. 민족종교로서 항일운동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고 인정받고 있으며 북한정권의 건국에도 공헌했다고 듣고 있다. 북한 정당 중 노동당 다음으로 청우당이 결성되어 있다. 청우당은 1946년 2월 8일에 창립되었고 당의 기본강령은 외래 제국주의의 침략과 예속을 반대하고 조선을 민주주의 자주독립국가로 건설하자는 것이다.(조선통신사간 중앙연감 1987년 판) 그리고 조선불교도연맹이 1945년 12월 26일에 결성되었고, 기독교연맹이 1946년 11월 28일에, 조선천주교협의회는 1988년 6월 30일에 각각 결성됨으로써 북한에는 4대 종교가 국내 또는 국제적인 종교 활동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껏 그 교세는 미미하기 짝이 없지만(종교인구 약 6만명) 대화창구로서 북한의 종교단체와의 교류협력은 불가결하다.
그간 해외에 거류하는 한인 종교인들의 대북교류사업은 많은 오해와 역경 속에서도 큰 업적을 남겼다고 본다. 즉, 그들은 국제적인 종교 교류협력사업과 한반도 통일을 위한 대화의 모임을 꾸준히 전개하여 왔다. 뿐만 아니라 북한사회의 종교의 토착화에도 일익을 담당하였으며 북한 종교의 교세 확장에도 역량을 발휘하였다고 보아진다. 일반적으로 종교의 선교와 포교 전반사업은 종교인들의 순교를 결심한 살신성인의 결단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현재까지 통제와 장막에 가린 북한과의 선교 교류 협력사업을 이끌어온 종교인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의 북한종교가 국제 종교 활동 무대에 어떻게 나올 수 있었겠으며, 어떻게 외교를 통하여 유엔 무대에 설수 있었겠는가? 오히려 그들 사회에서조차 종교의 당위성을 인정받기 어렵지 않았겠는가? 그 동안 실정법을 어기고 방북을 결행했던 문익환 목사나 문규현 신부나 국내에서 민주화와 통일운동을 위해 재야권에서 활동하다가 실정법을 어기고 투옥되었던 진관 스님, 지선 스님들과 같은 종교인의 투쟁사가 없었다면 북한사회의 종교집단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간 천도교는 최덕신, 오익제 두 교령이 밀입북을 통해 북한의 통일전선 정책에 동조 또는 동화함으로써 북한 종교로서 그 위상을 더하고 있으며 1988년부터 북미 기독학자들의 북한교류의 시발로 민족의 화해와 평화적 통일이라는 주제를 채택하여 해외 또는 북한에서 기독자와의 대화가 현재까지 연차대회에서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그 후 NCC(미국기독교 교회협의회)와 WCC(세계 기독교 교회협의회), 미국장로교 및 감리교 그리고 세계 기아식량기구와 자선단체가 기독교 단체로서 앞을 다투어 선교와 구호사업을 펼쳐왔다. 천주교는 1987년 천주교 세계 구호재단을 통하여 구호사업을 전개하였으며 근자에는 까르타스 선교재단이 중심이 되어 선교와 구호사업을 병행해 왔으며 현재까지 한국계 신부 약 10여명이 북한 장충성당에서 부활미사 및 성탄미사를 집전하고 돌아왔으며 국수 공장과 빵 공장을 평양근교에 설립하여 식량 지원에서 큰 몫을 하고 있다.
불교는 1600년의 역사 속에 민족문화보존이라는 북한의 문화정책에 의하여 국가가 6.25 전란으로 폐허화된 사찰유적을 약 60여개 복원하였으며 전국적으로 300여명의 승려가 문화재 사찰을 현장에서 관리하고 있다. 북한은 비동맹 아시안 국가 불교나라들(태국, 미얀마, 스리랑카, 캄보디아, 라오스, 방글라데시, 부탄, 싱가폴, 말레이시아 등)과의 교류를 일찍이 시작하였으며 불교 단체들의 북한 문화재 시찰 참배가 지속되어왔다. 일본승려들(공산당과 사회당)도 조일 불교친선회 주관으로 북한 불교연맹과 교류해 오고 있다.
해외 불교단체로서는 하와이 대원스님이 1987년에 북한 불교연맹을 방문하여 교류가 시작되었으며 세계 불교 평화회의 또는 아시아 종교 평화회의에서 남북 및 해외 대표들이 몽고, 일본, 인도와 같은 외국에서 만남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법타스님은 1989년 4월 15일 평양축전기간에 방문을 시작, 1991년에는 본인(김도안)과 함께 남과 북 해외불교지도자 회의 미국개최를 위한 교섭방문을 한 바 있고 마침내 미국 LA관음사에서 처음으로 남과 북 해외 불교지도자 연석회의가 열렸고, 그 후 계속해서 일본과 북경대회가 개최되었다. 또한 북한 식량지원을 위하여 북한 황해도 사리원에 국수공장을 설립하여 1일 7천명분의 국수를 생산하여 급식을 해주고 있다. 현재도 화해협력을 위한 구제사업과 식량지원을 한국 불교계로부터 지원받아 전개하고 있다.

이상 연결한 바와 같이 해외 종교인들이 행한 화해사업은 통일문제와 민생구제, 더불어 남북화해운동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겠다. 남북한의 종교분포나 북한사회 종교단체 현황을 살펴보면 그 뿌리는 다종교 사회로 정착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세계종교가 그 교세확장을 위해 국제화와 세계화로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 종교인들이 민족공동체를 위한다면 남북화해운동은 종교간의 연대운동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 이제 우리 종교인들은 종교적 선교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민족문제와 통일문제를 함께 걱정하는 동력자가 되어서 민족통일의 그날까지 남북의 화해운동에 전력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