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케냐 마사이족 아이들, 부처님 사랑으로 껴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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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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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COLON 2015-05-11, (월) 8:22 am

갈 곳 없는 케냐 마사이족 아이들, 부처님 사랑으로 껴안다

전체글 글쓴이: lomerica » 2016-11-09, (수) 12:52 am

지구촌공생회, 케냐에 전한 자비의 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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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661_104480_4654.jpg (71.67 KiB) 1195 번째 조회
월주스님 법호 딴 태공중고교 준공
만오스님 보시한 만오중고교 첫 삽

“아산테 사나(감사합니다) 코리아!”
“희망은 아이들 교육에서부터 시작”

“굿핸즈(Good Hands:지구촌공생회 영문명)가 어떻게 지어준 학교인데요. 아이들만큼은 힘들게 살지 않도록 반드시 학교에 보내 배움에 눈뜨게 할 겁니다” "다른 곳도 아닌 이곳에 학교가 생긴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몰라요. 메마른 땅에 꽃이 피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굿핸즈에서 열심히 공부해 마을을 일으켜 세울 겁니다” “아산테 사나!(정말 고맙습니다)! 당장은 할 수 있는 말이 이것 밖에 없어요. 아산테 사나! ”

지난 3일(현지시각) 케냐 남부 카지아도 주 날레포 마을, 작은 시골 마을이 모처럼 들썩였다. 국제개발협력단체 지구촌공생회가 케냐에 세우는 4번째 학교, ‘날레포 태공중고등학교’ 준공식을 보기 위해 1500여 명의 주민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룬 것. 뿔뿔이 흩어져 유목 생활을 하는 마사이족이지만 이날만큼은 한자리에 모여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낯선 외지인을 반겼다.

지구촌공생회 이사장 월주스님의 법호인 ‘태공’을 딴 ‘태공중고등학교’는 날레포 마을 반경 40km 내 들어선 유일한 중등학교(secondary school)다. 같은 구역에 초등학교가 20여 군데 있지만 태공중고등학교가 들어서기 전까지 중등교육 이상의 시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유목 생활을 하는 마사이족의 특성상 교육의 접근이 쉽지 않은데다 마을이 정부의 손길이 닿기 힘든 오지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먼 등굣길’은 아이들이 쉽게 꿈을 포기하는 이유가 됐다. 유목 생활에 익숙한 마사이족 부모들은 소 떼를 몰아야하는 아이들을 굳이 먼 곳까지 보내지 않았다. 집안일을 돕기 위해 아이들은 학교를 자주 빠졌다. 잦은 결석은 수업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공부에 대한 흥미마저 잃게 했다. 어린 여학생들은 집과 학교를 오가는 긴 시간 동안 성매매와 성폭력의 위험에도 쉽게 노출됐다. 마을 주민인 이타 페레(60) 씨는 “중등학교를 거쳐 대학까지 가는 것은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에게나 허락된 일”이라며 “가난한 우리 마을에 중등교육시설이 들어선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어렵게 공부에 취미를 붙여도 학교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하루에 수십 킬로미터쯤은 우습게 걷는 마사이족 아이들에게도 매일 2시간 이상을 걸어서 등교하는 일은 버거운 일이었다. 태공중고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미카 라파이네(12)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15km 이상을 걸어서 학교에 가지만 수업을 듣는 날보다 듣지 못하는 날이 더 많다. 미카 라파이네는 “학교가 너무 멀어 등교를 하다가 도중에 집으로 돌아가거나 학교 가는 것을 포기하고 일손을 돕기 위해 소를 치러 가는 경우가 많다”며 “큰 형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는 더 큰 학교를 찾아 다른 마을로 떠나버렸다”고 했다.

태공중고등학교 생기면서 날레포 마을 아이들에겐 지근거리에 갈 수 있는 학교가 생겼다. 날레포 마을 아이들은 수업을 듣기 위해 더이상 2~4시간 이상을 걷지 않아도 된다. 2017년 1월 태공중고등학교가 본격적으로 수업을 시작하면, 지구촌공생회가 케냐에 처음세운 교육시설인 엔요뇨르 영화초등학교와 월주스님의 법호를 딴 올로레라 태공초등학교 졸업생을 포함해 중고등학교 진학을 원하는 인근 지역의 학생 180명이 입학하게 된다.

준공식에서 월주스님은 “희망의 시작은 우리의 미래 동량인 아이들의 꿈을 키우는 교육에 있다”며 “주민들이 마을 발전을 위해 스스로의 힘으로 절실하게 노력한다면 지구촌공생회도 항상 함께 하겠다”고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마시이족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는 부족의 미래를 바꿀 힘이다. 데이비드 엔케디에냐 카지아도 주지사는 “지구촌공생회의 도움으로 나무와 풀조차 거의 자라지 않는 황무지에 지금은 라이프(삶)가 살아 숨 쉬고 있다”며 "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부족으로 돌아가면 부족을 괴롭히는 지독한 가난도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주 먼 곳에서 직접 찾아와 자신들의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써준 지구촌공생회에 지금 당장은 고맙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며 "마을 아이들이 훗날 반드시 이 은혜를 갚아나갈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준공식에 참석한 권영대 주케냐한국대사도 축하의 말을 건넸다. 권영대 대사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성공 신화를 언급하며 “태공중고등학교에서도 제2의 반기문 총장과 오바마 대통령이 나오길 바란다”며 “어린 시절의 어려움을 잘 극복해 꿈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대사관에서도 학교 운영에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다”고 전했다.

지구촌공생회는 다음날인 4일 케냐에 또 하나의 희망을 심었다. 지구촌공생회가 케냐에 세우는 5번째 교육시설, 인키토 만오중고등학교 건립 프로젝트의 첫 삽을 뜬 것이다.

카지아도주 인키토 마을에 들어서는 만오중고등학교는 후원자인 부산 도원사 주지 만오스님의 법명에서 이름을 따 왔다. 10여 년 넘게 신장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투석을 미루고 있던 만오스님은 지난달 지구촌공생회에 “빈곤국가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2억6000만원을 건넸다. 세월이 켜켜이 쌓인 오래된 법당에서 찢어진 옷을 수선해 입으면서도, 시줏돈이 들어오면 교육불사에 회향할 생각부터 먼저 난다다던 만오스님은 ‘배움이 조금 더 나은 삶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지구촌공생회에 후원금을 전했다.

만오스님의 원력이 깃든 만오중고등학교는 지구촌공생회가 케냐에 세우는 교육시설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건립될 것이다. 만오중고등학교는 인키토 마을 총 부지 19만8347㎡(60000평)에 교실, 도서관, 기숙사, 화장실 등을 갖춘 대규모 교육시설로 세워진다. 학교가 건립되면 280여 명의 학생이 남녀기숙사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하며 체계적인 중등교육을 받게 된다.

지구촌공생회 케냐지부장 탄하스님은 "케냐 사람들, 특히 지구촌공생회가 개발협력사업을 펼치고 있는 지역의 마사이족 사람들은 내게 부처님과도 같다"며 "다른 관습과 문화를 갖고 있는 현지인들과 일하며 주저앉고 싶을 때도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마을과 그곳 주민들의 모습을 보며 보현보살행을 실현하고자 하는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스님은 "지구촌공생회 케냐지부가 그들이 꿈을 멈추지 않을 수 있도록 그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교육은 희망의 씨앗 심는 일,
가난으로 꿈 멈추는 일 없어야”

■지구촌공생회 이사장 월주스님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동량입니다. 이들이 가난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지구촌공생회가 세운 교육도량에서 아이들이 꿈을 부단히 키워 교육자, 과학자, 지도자로 자라나 세계로 뻗어나가길 바랍니다.”

아프리카 대륙, 케냐에만 5번째 교육도량을 세우는 지구촌공생회 이사장 월주스님은 “거리가 멀고 가까운 것 상관없이, 피부색이 다르고 종교가 달라도 지구촌은 한 일터이자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라며 “국가, 나아가 세계의 발전의 첫 시작은 바로 교육에 있다”고 강조했다.

지구촌공생회가 아프리카에서 국제개발사업에 뛰어든 때는 2007년, 케냐에 지부를 개설해 오지 마을에 학교를 짓고, 메마른 땅엔 우물을 만들었다. 그동안 케냐에 건립한 학교는 4개, 우물은 18개에 달한다. 인키니 마을 2만6446㎡(8000평)의 땅을 개간해 농장을 만들어 마을의 자립 기반을 조성하고 있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스님이 가장 강조하는 사업은 교육 사업. 스님은 “빈곤과 차별로 고통 받는 아이들일수록 배우고 깨쳐야 한다”며 “학교가 없어 학업을 중단하거나 꿈을 포기하는 일은 있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학교 건립 프로젝트는 부처님의 자비와 사랑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후원자들의 뜻을 전하는 데도 큰 의미가 있지만 스님에게도 각별함을 지닌 사업이다.

지구촌공생회가 세계 빈곤국에 세우는 59번째 학교인 태공중고등학교는 스님의 상좌 스님들이 십시일반 마련한 기금으로 세워졌다. 월주스님의 상좌 도선스님은 “은사 스님의 행적을 기리고 빈곤국을 돕는 일에 써달라”는 유언을 남기며 후원금을 전했고, 잇달아 상좌 스님들도 기부금을 내놨다. 월주스님은 이 기금으로 지난 9월, 60년의 수행자 생활을 기록한 팔순 회고록을 펴냄과 동시에 태공중고 건립비에 기금을 보탰다.

스님은 “태공중고는 먼저 세상을 떠난 도선스님을 비롯해 상좌 스님들이 어렵게 마련한 기금으로 건립된 만큼 스스로에게도 각별한 의미가 있는 학교”라며 “태공중고 건립은 불제자로서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분발정진하는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스님은 만오학교에 대해서도 “부처님의 자비와 사랑이 만들어 낸 기적”이라고 언급하며 “후원자들의 뜻을 전하기 위해서라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중생구제에 회향하기 위해 애쓰겠다”고 말했다.

스님은 “식민지배와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선 한국의 경험은 케냐의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의 오늘’이 교육에서 시작했듯 아이들이 교육의 기회를 잃지 않고 바르게 성장해 스스로 자립해나갈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불교신문/케냐 카지아도=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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