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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글 제목: 중력파 발견과 깨달음
전체글올린 게시글: 2016-03-11, (금) 12:38 am 

가입일: 2015-01-01, (목) 10:20 am
전체글: 32
2016.03.09 백찬홍|씨알재단 운영위원

달에 착륙한 아폴로11호의 우주비행사가 찍은 지구의 모습. 이 사진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하나뿐인 푸른 행성을 지키자는 환경운동의 촉매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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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순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 예견한 중력파가 마침내 검출됐다는 뉴스가 화제가 된 적 있다. 중력파는 거대한 별이 폭발하거나 블랙홀이 부딪히는 등 대규모 우주현상이 일어났을 때 강력한 중력이 발생해 마치 물결치듯 우주공간에 퍼져나가는 것을 말한다. 천체 물리학자들은 중력파를 통해 우주나 별의 생성과 사멸의 역사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중력파의 발견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인류가 우주의 신비를 풀어가면 갈수록 많은 이들에게 인식의 폭을 넓히고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영국의 역사학자 이언 모티머는 자신의 저서 <세기의 변화>를 통해 인류의 사고를 바꾼 것 중에 하나로 우주 비행사가 달의 궤도에서 찍은 지구 사진을 들었다. 인간의 달 착륙이 가지는 의미가 크긴 하지만 깜깜한 우주 공간에서 푸르고 흰 빛을 띠는 지구의 모습이야말로 경이 그 자체라는 것이다. 모티머는 “아마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진일 것”이라며 “이 사진만큼 지구에 사는 우리들에게 지구가 얼마나 작고, 얼마나 연약하고, 또 얼마나 위대한가라는 메시지를 생생하게 전달한 사진은 없었다.고 했다.

<코스모스>의 저자인 칼 세이건도 외계생명체를 발견하기 위해 만들어진 우주선 보이저호가 태양계 바깥에서 찍은 희미하고 작디작은 지구 사진을 보고 영감을 얻어 저서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에 다음과 같이 썼다.

“우주라는 광대한 스타디움에서 지구는 아주 작은 무대에 불과합니다. 인류역사 속의 무수한 장군과 황제들이 저 작은 점의 극히 일부를, 그것도 아주 잠깐 동안 차지하는 영광과 승리를 누리기 위해 죽였던 사람들이 흘린 피의 강물을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저 작은 점의 한 쪽 구석에서 온 사람들이 같은 점 다른 쪽에 있는, 겉모습이 거의 분간도 안 되는 사람들에게 저지른 셀 수 없는 만행을 생각해보십시오. 얼마나 잦은 오해가 있었는지, 얼마나 서로를 죽이려고 했는지, 그리고 그런 그들의 증오가 얼마나 강했는지 생각해보십시오. 위대한 척하는 우리의 몸짓, 스스로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믿음, 우리가 우주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망상은 저 희미한 파란 불빛 하나만 봐도 그 근거를 잃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우리를 둘러싼 거대한 우주의 암흑 속에 있는 외로운 하나의 점입니다. 그 광대한 우주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안다면, 우리가 스스로를 파멸시킨다 해도 우리를 구원해줄 도움이 외부에서 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세이건이 말한 대로 지구는 우주라는 광활한 곳에 있는 너무나 작은 무대이다.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승리와 영광이란 이름 아래, 이 작은 점의 일부를 차지하려고 피의 역사를 써왔다. 거기에는 종교도 한몫을 했다. 기독교는 로마제국의 공인 이후 계몽주의가 그 뿌리를 흔들 때까지 천년 이상 다른 종교를 이단으로 간주해 박멸하고자 했고, 심지어는 같은 신을 섬기는 세력끼리 30년간 전쟁을 벌여 전 유럽을 초토화하기도 했다.

보이저 1호가 61억 킬로미터 거리에서 촬영한 지구의 사진. 태양 반사광 속에 있는, 파랑색 동그라미 속 희미한 점이 지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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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도 예외는 아니다. 중동과 서남아시아를 정복하는 과정에서 같은 전통을 공유하는 유대교와 기독교에 대해 관용을 보이기는 했지만 다신교에 대해서는 엄격했고, 최근에도 알카에다나 이슬람국가(IS) 같은 조직은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망상을 버리지 않고 있다. 우주의 작은 점 한 모서리에 살면서, 거의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모서리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서슴없이 잔혹함을 보여주고 있다. 선택받았다고 주장하는 자들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불가지론자였던 칼 세이건은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겼다. “죽음 앞에서도 저의 신념엔 변화가 없습니다. 저는 이제 소멸합니다. 저의 육체와 저의 영혼 모두 태어나기 전의 무로 돌아갑니다. 묘비에서 저를 기릴 필요 없습니다. 저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다만, 제가 문득 기억날 땐 하늘을 바라보세요.” 과학저술가였던 부인 앤 드리앤도 생전에 그와 생각을 같이했다. 남편과 사별하면 우주의 먼지로 돌아가 영원히 다시 만날 수 없기 때문에 서로 더 아끼고 사랑했다고 한다. 사랑과 자비가 종교의 본체라고 할 때 사후세계를 믿지 않는 불가지론자들이 더 종교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렇듯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는 인간이 이 우주에서 특권적인 지위를 누리는 유일한 존재라는 환상이 얼마나 헛되며, 우리가 이생에서 맺은 가까운 인연들과 자연이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 있는 존재인지를 깨닫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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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찬홍 / 종교로 세상 읽기 - 불교포커스 여시아사
다양한 사회현상 속에서 종교의 역할과 가치는 무엇이고, 그 안에서 개인과 집단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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