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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글올린 게시글: 2017-04-12, (수) 4:35 am 

가입일: 2015-01-01, (목) 10:13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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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찾는 여행 끝은 찾을 나 없음을 아는 것

▲ '백지경전(白紙經典)' 고윤숙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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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한 도란 말할 수 없는 것이란 생각은 단지 불법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알다시피 노자(老子)가 쓴 ‘도덕경’의 유명한 첫 문장이 바로 그렇다. “도를 도라 하면, 그 도는 제대로 된 도가 아니다(道可道非常道).” 서양의 신학에서도 이런 입장을 표명한 이들이 있다. 신은 무한자인데, 말은 어떤 것도 유한한 것만을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유한한 것으로 무한한 것을 말하게 되니, 그 말은 모두 신의 진상을 제대로 말할 수 없다. 말도 어떤 표현도 그 자체가 신처럼 무한한 것이 아니라면 모두 무한자인 신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 요컨대 신이란 말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신에 대해 말하는 순간 신은 신이 아니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에 대해서 어떻게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그건 오직 신에 대한 규정들을 부정하는 방식으로만, 혹은 신이란 ‘~이 아니다’라는 부정적 언어로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런 입장을 ‘부정신학’이라고 한다.

도란 길일뿐 목적지가 아니기에
도를 향한 과정 그 자체가 목적
불법이란 얻어도 얻은바 없는 것

프랑스 사상가 모리스 블랑쇼가 ‘불가능한 것’에 대해 말했던 것을 이런 의미로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그에 따르면 진리란 말할 수 없는 것일 뿐 아니라 ‘불가능한 것’, 도달할 수 없는 것이다. 도달하는 순간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불법의 얘기로 바꾸어 말한다면, 지고의 법이란 말할 수 없는 것일 뿐 아니라 ‘불가능한 것’이란 말이다. 그렇다면 진리에 이르길 포기해야 하지 않는가? 그렇지 않다.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도달할 수 없고 알 수 없는 것이다. 반대로 블랑쇼는 진정 찾아야 할 것은 찾을 수 없는 것이고 정작 알아야 할 것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그 ‘불가능한 것’이 우리를 매혹시키고 끌어당긴다. 그래서 거꾸로 우리는 ‘진리’든 ‘도’든 그 불가능한 것을 향해 반복하여 다시 다가가게 된다는 것이다. 무슨 소리인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오르페우스는 더없는 노래와 연주로 사람은 물론 나무와 바위까지 감동시켰다는 인물이다. 그는 님프인 에우리디케와 결혼하는데, 에우리디케는 불행히도 독사에 물려 일찍 죽고 만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슬퍼하던 오르페우스는 저승으로 아내를 구하러 간다. 무시무시한 저승의 개 베르베로스도, 저승의 왕 하데스도 모두 오르페우스의 노래와 연주에 감동하여 결국 에우리디케를 데리고 가라고 허락한다. 다만 하나의 조건을 건다. 나갈 때 결코 뒤를 돌아보아선 안 된다고. 굳게 약속한 오르페우스는 지상의 빛이 보이는 출구에 이르자 기뻐하며 아내를 향해 뒤돌아보게 된다. 오르페우스의 시선이 가 닿는 순간 아내 에우리디케는 안타깝게도 사라져버리고 만다.

진리든 도든, 혹은 무언가 존재를 걸고 얻고자 하는 모든 것은 마치 이 에우리디케처럼 ‘불가능한 것’이라는 게 블랑쇼의 생각이다. 우리를 저승세계로까지 찾아가게 하는 것, 그런데 우리가 얻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라져버리는 것. 그런 의미에서 지고한 모든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통상적인 의미의 불가능한 것이란 저승에 간 에우리디케를 되살려내는 것이다. 시도해봐야 소용없기에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흔한 회의주의나 불가지론은 여기에 머문다. 그러나 블랑쇼가 말하는 불가능한 것은 그게 아니다. 마치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향해 가듯, 온갖 두려움과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얻고자 하도록 만드는 것, 그런 매혹의 힘을 갖는 것이다. 진리도, 도도 모두 그렇지 않은가! 이를 수 없을지 모르지만 그것을 향해 가지 않을 수 없는 것, 그게 진리이고 도이고 불이의 법이다. 거기에 매혹되는 순간, 우리는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저승이라도 찾아가게 된다. 그리고 어쩌면 오르페우스처럼 저승에서 구해 빛이 비추는 세상으로 데리고 나올 수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나의 시선이 가닿는 순간, 내가 불러들인 빛이 가닿는 순간 사라져버리는 것, 그것이 진리이고 도이다.

그러나 진리나 도에 진정 매혹되었다면, 그것이 사라져버렸다고 절망하며 포기할 것인가? 그럴 리 없다. 시선이 가 닿았던 경험이 있었기에 더욱더 잊지 못해 다시 얻고자 저승으로, 고난을 넘으며 찾아가게 되지 않을까? 다른 길로 가서, 다른 방법으로 하데스를 설득할 것이다. 그리하여 다시 에우리디케를 데리고 나오겠지만 이번에도 그것을 보는 순간 그것은 이전처럼 다시 사라져버릴 것이다. 진리도 도도 불가능한 것이니. 그러나 비록 또다시 사라져버렸지만 다시 한번 다가갈 수 있었으니, 진정 진리나 도에 삶을 걸었다면 거기서 포기할 리 없다. ‘자, 다시 한 번!’하면서 그것을 찾아 내려가게 될 것이다.

여기서 진리나 도의 사라짐은, 끝내 도달하지 못하고 놓쳐버리는 실패는 진리나 도를 찾는 시도를 중단시키는 이유가 아니라 그것을 다시 찾기 시작하게 하는 이유다. 진리와 도를 구하는 과정이 끝나는 종점이 아니라, 끝나지 않고 다시 시작하게 하는, 매번 갱신되는 출발점이다. 한 번 찾아 도달했다면 더는 할 일이 없어지게 되고 말겠지만, 그렇지 않기에 삶 전체를, 반복되는 삶을 끝없이 매진하게 하는 매혹의 거점이다. ‘불가능한 것’이란 이처럼 강력한 매혹의 힘은 남겨둔 채 그 종결의 지점을 제거함으로써 매번의 삶을 최선을 다해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부재하는 중심이다.

생각해보면 그저 ‘길’을 뜻할 뿐인 ‘도’란 말이 그렇지 않은가? 도는 어딘가로 가는 길일뿐이다. 도란 개념은 어떤 종점도, 목적지도 담고 있지 않다. 목적지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그때마다 어딘가로 하는 가는 과정을 표시한다. 가는 길이, 과정 그 자체가 목적이다. 도오겐(道元) 식으로 말하면, 수행이란 깨달음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수행 그 자체가 바로 깨달음이다. ‘서유기’에서 손오공이 그 힘든 여정의 여행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그래서 다들 잘 기억하지 못한다. 손오공이 그 목적을 실제로 이루었는지도. 중요한 것은 손오공이 가는 여정 그 자체고, 그가 ‘길’을 가며 만나는 사건들이다. 그것을 통해 손오공은 아주 크게 달라져 간다. ‘서유기’의 요체는 그렇게 길을 가며 달라져 가는 손오공의 모습, 개망나니 돌원숭이를 삶의 진실을 터득한 이로 바꾸어주는 그 길 자체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손오공의 여행에도 목적지가 없진 않았다. 손오공이 서방정토를 향해 가는 것은 경전을 얻기 위함이었다. 소설의 끝에서 손오공은 경전을 얻어온다. 그러나 그 경전에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다. 진정한 불법이란 그처럼 얻어도 얻은 바 없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 얻을 수 없는 것, ‘불가능한 것’이다. 그럼에도 그 험한 여정을 하게 만들고, 이런저런 사건을 겪으며 성숙하며 도를 깨우쳐가게 하는 것, 그게 바로 그 백지의 경전, 불가능한 경전이고 부재하는 경전이다. 진정한 ‘나’를 찾는 여행의 끝은 찾을 ‘나’가 없음을 아는 것이고, 불법을 찾는 여행의 끝은 찾을 불법이 따로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solaris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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