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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글올린 게시글: 2017-04-06, (목) 11:42 pm 

가입일: 2015-01-01, (목) 10:13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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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의 도란 말로 명명되는 것 바깥에 있다

▲ ‘불이법문(不二法門)’고윤숙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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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432_24554_4057.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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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에서 원오 불과(圓悟佛果)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석가모니불이 세상에 출현하여 49년간 일찍이 한 글자도 설하지 않았다.”(‘벽암록’, 상, 250). 잘 알려진 것처럼 석가모니는 자신이 처음 깨달음을 얻은 직후, 그 위없는 깨달음이 너무 깊고 미묘하여 알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우리라는 생각에서 남들에게 말하길 망설이는 장면을 ‘아함경’은 전하고 있다. 그렇긴 하지만 제석천의 설득으로 그 깨달음을 전하기로 결심했고,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내려오지 않았던가? ‘숫타니파타’ ‘아함경’에서부터 수많은 경전이 석가모니의 설법을 전하고 있는데 한 마디도 설하지 않았다니,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석가모니가 평생 한 법도 설하지 않았다 함은 수많은 방편적인 불법을 설했지만, ‘불법 그 자체’라고 할 것, 지극한 도를 설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부처님은 평생 한법도 설한 바 없고
유마는 문수 물음에 침묵으로 대답
말할 수 없는 것 앞에 침묵도 상투구

지극한 도는 설할 수 없다는 말은, 역으로 설함이 없는 침묵으로 지극한 도를 전한다는 말이 될 수 있다. 가령 ‘유마경’에서 유마(維摩)거사는 불이법문에 들어간다는 게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문수사리의 물음에 침묵으로 대답한다. 그 유명한 ‘유마의 침묵’이다.

깨치지 못한 중생들에겐, 어쩔 수 없이 말로 전해야 한다. 문제는 그렇게 말로 도를 전하고자 할 때, 전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말할 수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바로 그것이란 점이다. 그렇다면 그걸 어떻게 말할 것인가? 아마도 이것이 선사들이 가장 고심했던 핵심적 난제였을 것 같다. 남전 보원이 백장산의 열반을 찾아갔을 때, 백장이 이렇게 물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예로부터 많은 성인이 남에게 설하지 않은 법이 있습니까?”

‘남에게 설하지 않은 법’이란 글자만으로 보자면 ‘자신은 알지만 남에게 전하지 않는 법’이란 뜻이니, 이는 말할 수 없는 법, 말로 전할 수 없는 지고의 불법이 무어냐는 물음일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해 남전은 의외로 순진하다 싶도록 답한다.

“있습니다.”

원오는 이리 답하는 것을 두고 ‘형편없다’ ‘멍청한 놈, 무슨 짓을 하느냐?’고 착어를 달았다. 물론 이 착어를 원오가 남전을 고지식하게 비난하는 것이라고 읽으면 빗나가고 만다. 곧이곧대로 답했다간 호되게 당하는 게 선사들의 문답이기에 하는 말일 게다. 어쨌건 열반이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다. 다시 묻는다.

“어떤 것이 남에게 설하지 않은 법입니까?”
“‘마음도 아니요, 부처도 아니요 외물(物)도 아니다’라오.”

‘마음이 곧 부처(卽心卽佛)’라고 스승인 마조는 말했지만, 사실 지고의 도는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며, 그렇다고 그 반대편에 있는 외물이나 중생 등 일상에서 마주치는 대상도 아니라는 말이다. 마음이 부처라는 말에 매인 이들을 부처에 대한 집착에서도 벗어나게 하고자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다’라고 했던 마조의 말에 ‘외물도 아니다’라는 말을 하나 더 덧붙여, ‘평상심’이란 답으로 내려갈 길도 막아버렸다. 요체는 지고의 도란 마음이든 부처든, 혹은 외물이든 중생이든 말로 명명되는 것 바깥에 있음을 말하는 것일 게다. 남전의 대답을 듣고 열반은 말한다.

“말해버렸군요.”

성인이 남에게 말해주지 않은, 아니 말해주지 못한 것을 물었는데, 말로 답을 했으니 애초에 물었던 것에서 벗어나 버린 게 된다.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당착에 빠진 것이다. 뒤집어, 이런 거였다면 성인들이 설하지 못했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러나 남전이 그걸 모르고 답했을 리 없다. 열반의 물음에 침묵으로 응수하거나 입을 막는 방식으로 답하리라는 흔한 예상을 뒤엎고 답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또한, 말을 해버렸지만, 남전으로선 몸을 돌릴 구멍이 있었다. ‘~이다’라고 답한 게 아니라 ‘~이 아니다’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성인들이 말하지 못한 것을 말한 게 아니라, 흔히들 하는 답을 부정한 것이니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함으로써 함정에 빠지는 궁지는 피해간 것이다. 남전은 자신에게 온 질문을 이제 상대방에게 되돌려준다.

“저는 이렇습니다만, 스님은 어떠합니까?”

당신이라면 말할 수 없는 지고의 도를 말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열반은 스스로를 낮추며 피해간다.

“나는 큰 선지식이 아닙니다. 설할 법이 있는지 없는지를 어찌 알겠습니까?”

답하기 위해 한 걸음 물러서는 셈이다. 그러나 이렇게 물러선다면 결국 지고의 도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머물고 만다. 남들에게 전할 수 없는 것이 되고 만다. 그래서인지 남전은 이렇게 답한다.

“나는 모르겠습니다(不會).”

선문답을 아는 이라면 이 말에서 “나와 마주한 그대는 누구십니까?”라는 양무제의 질문에 달마가 “모르겠습니다”라고 했던 답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달마가 흔한 의미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몰라 저리 답한 게 아니다. 나라는 것, 실체 없는 그것, 무엇이라 규정할 수 없는 것이니 모르겠다고 답한 것이다. 그렇다면 남전의 이 말은 성인이 말하지 않은 지고한 도에 대해 말한 것이 되는데, 이는 열반의 말에 응수해야 할 자리에서 앞서 했던 답을 수정하여 답하는 졸렬한 응답이 되고 만다. 남전은 그렇게 어설픈 사람이 아니다. 그보다는 자신이 큰 선지식이 아니라 잘 모르겠다는 열반의 말에 대해, 그렇다면 그 지고의 법과 만날 수 없게(不會) 되지 않느냐, 그걸 어찌 전하겠느냐면서 열반에게 한 방 날리는 말로 보아야 한다. 말할 수 없다면서 침묵하거나 물러서는 것에 대한 비판인 셈이다. 이에 대해 백장 열반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그대에게 너무 말해버렸군요.”

무얼 너무 말했다는 것일까? 말할 수 없는 법에 대해, 그것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말한 것조차 너무 말해버린 것이란 말일 게다. 물러서는 것을 비판하는 말에 한 걸음 더 물러서며 빠져나가는 것이다. 이는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지 않으려는 입장에서 아주 일관된 답이기는 하다. 그럼으로써 말할 수 없는 지고함을 지키며 남전의 공세를 받아넘기긴 했지만, 사실 그 지고의 도를 어찌 말할 것인가라는 데 대해선 답을 하지 못하는 게 된다.

그래서일 게다. 설두(雪竇)는 “콧구멍은 얻었지만 입을 잃어버렸다”고 평한다. 콧구멍, 숨 쉬는 곳이니 그곳을 빼앗긴다 함은 치명상을 입는 것이다. 열반의 대답은 남전의 공세에 뒤로 물러서면서 급소를 방어하긴 했지만, 정작 해야 할 말을 못하는 처지에 빠진 것이니 ‘입을 잃어버렸다’고 한 것이다. ‘벽암록’에서 원오가, 선지식이 아니라며 내빼는 열반의 말에 “정신 못 차리고 허우적대는 꼴을 보라. 몸은 숨겼지만 그림자는 노출되었다”고 하면서, “진흙 속에 가시를 숨겨” 빠져나가려 하지만 “그 정도로 나를”, 또한 남전을 “속일 수 있을까?”라고 착어를 단 것도 이런 의미일 것이고, “너무 말해버렸다”는 마지막 말에 대해 “설상가상이고 용두사미”라고 논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이 점에서 ‘말할 수 없는 법’이나 침묵마저 상투구가 될 수 있음을 간파하고, 추락의 위험을 무릅쓰고 밀고 들어간 남전의 기백은 실로 놀랍고도 멋지다.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solaris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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