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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글올린 게시글: 2017-03-26, (일) 2:21 am 

가입일: 2015-01-01, (목) 10:13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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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따라 물결 바꾸는 바다의 능력, 이것이 불성

▲ ‘불성즉공(佛性卽空)’고윤숙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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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게 불성이 있다는 말은 개가 절에서 설법을 듣고 득도하여 부처가 되는 그런 게 아니다. 그것이야말로 불성이나 부처에 대한 아주 단순하고 고정된 모습(相)에 지나지 않는다. 개의 불성은 차라리 낯선 이를 보고 사납게 짖어대다가도 주인이 그에게 하는 언행을 보고 ‘아, 아니군!’ 하며 얼른 짖는 소리를 낮추거나 짖기를 멈추는 능력이다. 다가오는 모든 것을 향해 그저 짖을 줄만 안다면, 그 개는 불성이 있다고 하기 어렵다.

취해서 쉼 없이 마셔 대는 것처럼
업식 성품 따르면 불성 작용 안해
먹을 때 먹고 쉴 때 온전히 쉬어야

기계라면 어떨까? 로봇이나 인공지능에겐 불성이 있을까? ‘인류멸망보고서’라는 제목의 영화 속의 한편인 김지운의 작품 ‘천상의 선물’은 불도를 깨쳐 부처가 된 로봇에 대한 영화다. 원래는 돈을 관리하는 등 잡일을 하는 로봇이었으나, 스님들의 설법을 듣고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된다. 로봇을 제작 관리하는 회사는 이를 고장이나 위험한 일탈이라고 간주하여 파괴하려 하고 이를 저지하려는 스님들과 다투게 된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다가 로봇은 불법에 대한 설법을 하곤 스스로 열반에 든다.

알파고의 위력을 가까이서 실감한 한국 사람들이라면 그럴듯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영화다. 이런 로봇이라면 어떨까? 불성이 있다고 해야 할까?

벽돌과 기왓장에도 불성이 있다고 하니, 인공지능이나 로봇이야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로봇이 이렇게 깨달음을 얻어 불법을 설하는 일이 일어난다 해도, 로봇의 불성은 거기서 찾아선 안 된다. 사실 로봇에게 그렇게 하도록 입력하여 설법하게 하는 일은 의외로 쉬운 일일 수 있다. 로봇이 오직 불법을 설하는 일밖엔 할 수 없다면, 그 로봇에 대해 우리는 불성이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프로그램 된 일, 주어진 명령만 수행할 수 있을 뿐이라면, 그건 불성과 아무 상관이 없다. 기계지능에 불성이 있다면, 그것 역시 상황의 변화를 포착하고 그것에 적절한 대응능력을 가질 때 있다고 해야 한다. 알파고가 상대방의 수를 읽고 그에 대처하는 능력이 또한 불성이라 하겠지만, 알파고의 능력은 거기까지다. 바둑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변화능력으로 치자면 대나무나 벽돌보다 낫다고 하기 어렵다.

사람도 그렇다. 친구를 만날 때 친구로서 만나고 어머니를 만날 때는 자식으로서 만나는 것, 가르칠 사람을 만나면 선생이 되고 배워야 할 사람을 만나면 학인이 되는 것이 불성이다. 누굴 만나도 가르치려 드는 사람, 누굴 만나도 몸으로 손이 가는 사람은 불성이 있다 하기 어렵다. 적어도 불성이 작동하고 있지 않다고 해야 한다. 배고프면 먹을 것을 찾고 졸리면 잠자리를 찾는 것, 그것이 불성의 표현이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마조나 그 제자들이 ‘평상심’이라고 한 것과 불성이 아주 비슷해 보인다. 그들은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잤다”는 얘기를 평상심으로서의 도를 가르치기 위해 반복하지 않았던가! 평상심은 밥 먹고 자는 행위 그 자체를 아무런 번민 없이 전적으로 사는 것이다. 밥을 먹으며 아침에 싸운 친구를 떠올리거나 자려고 누워서 다음 달 있을 시험 걱정을 하는 것은 도가 아니다. 평상심이 아니다. 대주 혜해에게 누가 묻는다.

“도를 닦으며 공력을 들이시는가요?”

그렇다고 하자 어떻게 공력을 들이느냐고 묻는다.

“시장하면 밥 먹고 피곤하면 잠을 잔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러하니, 스님과 같이 공력을 들인다 하겠습니다.”
“같지 않다.”
“뭐가 다릅니까?”
“그들은 밥을 먹을 때에 밥을 먹지 않고 백천 가지 분별을 하며, 잠을 잘 때엔 잠을 자지 않고 백천 가지 계교를 일으킨다. 그것이 다른 점이다.”

이와 대비하여 말하자면, 불성이란 배고프면 먹다가 배부르면 그만 먹는 것이고, 피곤하면 쉬다가 피곤이 가시면 일어나 움직이는 것이다. 평상심이 먹을 땐 먹는 것 자체에 전적으로 몰두하는 능력과 결부된 것이라면, 공으로서의 불성은 배고픔에서 배부름으로 조건이 달라짐을 아는 것이고 그 변화에 따라 행동을 바꾸는 능력과 결부된 것이다. 그렇게 행동을 바꾸고 자신을 바꾸어갈 수 있는 잠재적 능력, 그것이 불성이다. 전자가 바다 표면의 물결 위에 있다면, 후자는 물결들 사이에 있다. 아니 물결들 밑에 있다. 이런저런 물결들로 자신을 바꾸는 바다, 그것이 불성이다. 지구의 중력과 자전 그리고 바람에 따라 다른 물결들로 자신을 바꾸어가는 바다의 능력, 그것이 불성이다.

그러나 어떤 규정이 ‘자기’라고 집착하면, 하던 언행에 국집하여 바꾸지 못하면, 불성은 작동하지 않는다. 불성 없는 존재와 다를 바 없게 된다. “유정은 불성이 없고 무정은 불성이 있다”는 백장의 놀라운 말은 이런 의미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범부와 성인의 두 경계에 물들고 애착하는 마음이 있으면 이를 ‘유정은 불성이 없다’라고 하며, 범부와 성인 두 경계와 유무 모든 법에 갖고 버리는 마음이 전혀 없으며 갖고 버림이 없다는 생각마저도 없으면 ‘무정은 불성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망정에 얽매임이 없기 때문에 무정이라 이름하는 것”이다((‘마조록/백장록’, 123).

개에게 불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하며, “개에겐 업식의 성품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던 조주의 대답 또한 이런 의미일 것이다. 업이란 어떤 행동을 만들어내는 의지인데, 많은 경우 하던 것을 다시 반복하여 하게 하는 관성을 갖는다. 담배를 피던 이가 자기도 모르게 어느새 담배를 피워 무는 것이나, 술꾼이 자신이 취했음을 모르는 채 ‘필름이 끊기도록’ 술을 마셔대는 것은 훈습된 업의 관성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준다. 식은 지각인데, 지각 또한 행동을 반복하게 하는 관성을 갖는다. 뱀을 보면 일단 두려움이나 적개심을 갖고 행동하는 많은 이들의 행동도, 먹을 것을 보면 침을 흘리는 행동도 모두 지각에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관성적 힘의 산물이다. 업식의 성품에 따르는 한, 개뿐 아니라 사람도 불성이 작용하지 않는다. 불성이 없는 것과 다르지 않은 존재인 것이다.

자비의 도를 가르치는 불가의 스님인 남전이 고양이를 붙잡아들고 ‘제대로 말 하지 못하면 죽이겠다’고 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게다. 불성이란 자성이 없음이요, 이처럼 그때그때 조건에 맞추어 변화하는 능력이건만, 마치 고양이에게 본래 존재하는 무슨 불변의 본성이라도 되는 양 불성이 있네 없네 다투고 있으니, 그것처럼 불성이란 개념에 반하는 것은 없다. 고양이를 죽이겠다고 한 것은 불성에 대한 그런 집착을 끊어주려는 마음이 번개처럼 빠르게 작용한 것이다.

조주가 신발을 머리에 이고 나간 행동 또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신발을 머리에 인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신발이기를 그치게 된다. 그 신발의 ‘본성’이 무의미해져 사라져버리고 만다. 즉 조주는 신발의 본성 또한 그것이 자리 잡는 위치를 약간 바꾸는 것만으로 이렇게 달라지니, 고양이라면 어떻겠는가를 묻는 방식으로 고양이의 본성이 따로 없음을 보여준 게 아닐까? 그렇게 고양이도 신발도 그저 공한 존재임을 보여주었고, 이로써 고양이의 불성에 대해 긍정적인 답을 했던 게 아닐까?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solaris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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