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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글 제목: 종교는 플라시보
전체글올린 게시글: 2016-03-11, (금) 6:48 am 

가입일: 2015-01-01, (목) 10:13 am
전체글: 205
불교닷컴연재-강병균 교수의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90.
2016년 03월 07일 강병균 교수(포항공대) cetana@gmail.com

- 한 종교가 보기에 헛소리에 불과한 다른 종교의 신자들은
천국에 간다는 믿음으로 번뇌 없이 행복하게 살다가
전혀 마음에 흔들림이 없이 평화롭게 죽는다

- 부처님 얼굴 보는 값을 내라고 길을 막고
등산객들로부터 강제로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는
종교를 믿고도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면 그 종교는 위약이다
그리고 그 종교 성직자들은 위약을 파는 약장수들이다

플라시보(placebo), 즉 위약(僞藥)이라는 게 있다. 플라시보 이펙트(placebo effect), 즉 위약효과란 '환자가 가짜약을 진짜약이라고 생각하고 복용하면 놀랍게도 가짜약이 진짜약처럼 힘을 발휘하는' 기이한 현상이다.

물질적으로 가난하고 질병치료가 불가능하던 시절의 유일한 약은, 효능이 의심스럽거나 미미하거나 때로는 오히려 해로운 민간요법이나 약초를 제외하면, 종교(정통 또는 사이비)나 떠돌이 약장사나 뱀장사가 파는 엉터리 약이라는, 플라시보 약밖에 없었다.

플라시보 약이 효력을 발휘하는 유일한 방법은 이 약에 대한 믿음이다. 믿음이 없으면 약효도 없고, 믿음이 크고 강력할수록 약효도 크고 강력하다. 종교가 믿음과 맹신을 강요하는 이유이다. (이게 심하면 사이비 종교가 된다. 모든 종교는 다른 종교에 대해 사이비 종교이다.) 최소한, 일부 선량한 성직자들은 종교를 진짜 약이라고 믿었을 가능성이 있다.

(사기꾼 성직자들도 즉 자기 종교에 초자연적인 치유의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성직자들도, 이런 순진한 성직자들을 보호하고 육성했다. 왜냐하면 이들이 만들어내는 위약의 효과가 대단해서 약판매수입이 좋았기 때문이다. 중세 가톨릭과 교황과 수도사들이 좋은 예이다. 이들은 성자들이 남긴 성물(聖物)에 기적적인 질병치유와 소원성취의 능력이 있다고 선전했다. 그런 물건이 있는 사원에는, 수고하고 지친, 심신이 가난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또 예수상이나 마리아 상이나 십자가가 눈물을 흘린다고 소문이 나면 그 눈물을 받아먹으려고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몰려들고 기부금이 엄청나게 쌓인다. 성물이 흘린 눈물은 물약 위약이다. 사명대사의 원찰인 밀양표충사 비석도 한때는 국가에 변란이 있을 때마다 논물을 흘린다고 하여 사명대사의 힘을 받아 소원을 성취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절로 몰려들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기적사업이 실패하고 말았다. 지금도 여전히 눈물(結露)을 흘리고 있겠지만 아무도 찾지를 않는다. 아마 관세음보살상이 아니라 비석이 눈물을 흘린 것이 문제일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눈물은 사람이 흘려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이라도 어디선가 눈물을 흘리는 관세음보살상을 찾으면 눈물을 흘리는 가톨릭 마리아 상처럼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티베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보살인 타라 보살은 관세음보살의 눈물방울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기들이 이런 망상을 가지게 된 이유를 모를 것이다. 망상의 생성·전파·공고화는 생성자·흡수자·전파자로 이루어지는 사회적 현상이다. 불교적으로 표현하자면 연기적(緣起的) 관계이다. 사회가 이런 망상을 만들고, 믿고, 퍼뜨리고, 공고히 하는 이유는 다른 고통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 만연한 고통에 대한 진통제로서의 기능을 하는 종교를, 사회가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점에서 사회유기체론이 힘을 얻는다.

개체가 극한 상황이나 위기 상황에 처할 때 뇌에서 진통제를 생산해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처럼, 사회가 (전반적으로) 고통에 처할 때, 사회를 위해, '위약을 만들어 내는 특수한 능력을 지닌' 특정 개인들이 종교라는 진통제를 생산하는 것이다. (군집생물체인 개미에게 성직자 개미가 있다면 대단히 놀라운 일일 것이다. 이런 놀라운 일이 인간에게 일어난다.) 형이상학적 또는 대뇌신피질적 위약생산 산업을 운영하는 것이다. 상황이 심각하면 풀가동한다. 사회가 전쟁·내란·기아 등으로 혼란에 빠질수록 종교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이다. 물론 사이비 종교는 그 와중에 부실하게 만들어진 악질 불량품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청말(淸末) 태평천국(太平天國)의 난이다. 홍수전이 만든 유교적인 ‘자생적 기독교이단’인 배상제교(拜上帝敎)는, 15년 동안이나 위약효과를 발휘했지만, 서양인 신부들로부터 엉터리 교리라고 비판을 받으면서 스스로 믿음이 흔들려 내부로부터 무너지기 시작하더니 세력이 꺾이고 위약효과가 사라졌다. 그래서 망했다.)

이처럼 종교적 환망공상은 집단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이므로, 개인적으로는 그걸 환망공상으로 인식하고 그로부터 풀려나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다. 가짜인지 진짜인지 묻지도 않고, 그냥 남들이 하는 대로, 대세에 묻어가며 아무거나 (종교를) 하나 택해 믿는 게 더 편하다.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는 누구나 불성(佛性)을 지녔다고 하지만, 의식이 낮은 생명체의 입장에서는 각성이나 인식의 전환보다는 맛있는 음식, 알딸딸한 술, 짜릿한 막장드라마 시청이 더 행복을 가져온다. 다른 예를 들자면 돼지에게 불경(佛經)이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맛있는 음식과 포근한 잠자리와 짝짓기 상대만 있으면, 설사 우리에 살아도 천국이다. 그렇다고 해서 돼지가 하찮은 동물이라는 뜻은 아니다. 생물에 따라 의식수준이 다르다는 말을 하고 있을 뿐이다. 돼지는 인간에게 종교라는 위약이 효력이 있게 하는 대뇌신피질을 만드는 재료인 단백질 공급원이다. 위대한 동물이 아닐 수 없다.)

척추 등 신경계에 손상을 입은 사람은 평생을 모르핀 등 진통제에 의지해 산다. 이 환자들이 진통제를 먹지 않고 끔찍한 고통을 당하며 살아야 할 이유가 없듯이, 정신에 끔찍한 상처와 고통을 입은 사람도 정신적 진통제를 먹지 않고 끔찍한 고통을 받고 살 이유가 없다. 전혀 없다. 이 점에 종교의 역할이 있다.

그런데 정신적 고통은 많은 경우, 대부분의 경우, 물질적 고통으로부터 온다. 대부분의 경우에 사람들의 고통은 형이상학적인 고통이 아니다. 그런 고통은 사치이다. 감당하기 힘든 형이하학적인 고통 앞에서 형이상학적인 고통은 주제넘은 사치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서, 눈앞에 닥친 물질적 결핍으로 인한 형이하학적인 고통이 거의 모든 고통이다. 부자나 '죽음의 의미'와 '죽음에 대한 공포'로 시달리지, 가난한 사람은 하루 벌어 하루 살기 바쁘므로 그런 형이상학적인 고통을 가질 여유가 없다. 막노동자가 낮 동안의 힘겨운 노동 끝에 파김치가 되어 초저녁부터 곯아떨어져 자는 동안, 부자는 ‘이 즐거운 세상에서 가진 돈 다 못 쓰고 죽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두 눈이 초롱초롱 잠을 이루지 못한다. 깊은 밤, 막노동자는 저승사자가 잡아가도 모르고, 부자는 저승사자가 오기도 전에 비(非)생활고로 심통(心痛)을 느낀다. 가난으로 인하여 사창가로 첩으로 팔려가거나 최저임금으로 평생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간암·간경화·신장병·암에 걸렸으나 돈이 없어 장기이식·수술 등의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몇 평 안 되는 쪽방에서 한겨울에도 라면이나 맨밥에 전기장판 하나로 버티는 사람들에게, 물질적 가난은 대부분의 고통을 생산한다. 그런데 현대에 이르러 과학기술의 발달로 물질적 고통이 해결됨에 따라 종교라는 위약이 힘을 잃고 있다.

(위에 든 것처럼 몹시 살기 어려운 사람들은 지금도 여전히 있으나 옛날에 비해 그 비율이 현저하게 낮으며, 전체적으로 사람들의 생활수준은 수십 배~수백 배 나아졌다. 나아진 생활수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행하다면, 예를 들어 잘살다가도 더 잘사는 사람이 나타나면 갑자기 불행해진다면, 이는 인간의 고통이 사회적인 관계로부터 생긴다는 증거이다. 즉 인간의 고통은 사회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깨달음도 사회적 현상이다. 물론, 가짜 깨달음을 제공하는 가짜 진통제인 종교도 사회적인 현상이다.)

신세대의 종교인 비율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신분과 정치사회제도의 평등화로 인하여 능력만 있으면 지난날의 귀족처럼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오히려 많은 면에서, 옛날 귀족보다 더 잘산다. 스펙을 쌓고, 좋은 교육을 받고, 노래·연기·코미디·예술·스포츠·사업 등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개발하면 다 잘살 수 있어 종교에 의지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즉, 이게, 종교적 대상에게 기도하여 소원성취를 이루는 것보다, 훨씬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다. 현대적 용어로는 수익률이, 즉 비용 대비 수익이 더 높다.)

종교의 역할은 진통제이지 실제적으로 돈과 물질을 주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얼마 안 되는 돈까지 빼앗아 간다. (복권은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이 산다. 복권배당률은 1보다 훨씬 작으므로, 전체적으로 볼 때, 복권을 사는 사람들은 결국 돈을 잃는다. 그 수익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복지사업에 쓴다는 복권사업이, 결국 가난한 사람들을 더 가난하게 하는 것이다.)

사기꾼들은 돈을 버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돈을 빼앗는다. 그런 방법이 있으면 자기들이 사용해 부자가 될 일을, 천하의 박애주의자들처럼 남에게 알려준단다. 뻔한 수작이다. 종교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신을 믿으면 돈이 생긴다고 남을 현혹해 돈을 받아 내, 남의 돈으로 산다. (물질에 구애를 받지 않는 일부 선량한 성직자도 있지만 그 수는 극소수다. 처자(妻子)를 둔 성직자나 문화재관람료를 받아먹는 성직자는 물질에 묶인 자들이다. 세속인들보다도 못한 자들이다. 이런 지적을 받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계속해서 하던 대로 하는 후안무치한 자들이다. 등산로를 막고 등산객들에게 부처님 얼굴 보는 값, 즉 문화재관람료를 강제로 징수(徵收)한다. 이건 강탈이다. 절에는 들어갈 생각이 전혀 없다는 사람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 영화관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영화 관람료를 내라는 것과 뭐가 다를까?) 기복종교란 ‘돈 내고 돈 먹기’이다. 낸 돈의 수십 배, 수백 배, 수천 배를 보증하는 신용사기이다.

지구상 모든 사람이 모두 특정 종교 신도가 되어보라. 어떻게 모든 사람이 다 (물질적으로) 잘살 수 있겠는가? (통상 사람들은 자기만 더 복을 받는 ‘차등적인 복’을 믿지, 모든 사람이 같은 양의 복을 받는 ‘평등한 복’은 믿지 않는다.) 예를 들어 모두 땅부자가 될 수 있겠는가? 도박판에서 누구나 딴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또, 누구나 평균보다 더 잘산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이 말이 왜 모순인지 아시겠는가? 어느 집단의 평균재산을 A원이라 하자. 만약 집단의 구성원이 누구나 A원보다 많이 가지고 있으면, 그 집단의 평균재산은 당연히 A원보다 커진다. 이는 A가 A보다 커지는 모순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평균보다 더 잘산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지구상의 부는 한정이 되어있고 그 한정된 부를 나눠 가져야 하므로, 부자와 빈자가 생기는 것이다. 모두 (전보다) 잘사는 유일한 방법은 파이 자체를 키우는 것이다. 종교는 수천 년 동안 부(富)와 부자를 경멸하며 파이를 공평하게 나눠야 한다고 외쳤지만, 즉 그렇게 해서 모두 평등하게 가난해지더라도 신을 믿으면 행복해진다고 가르쳤지만, 정작 인류를 행복하게 만든 것은 파이자체를 키운 과학기술혁명이다: 비물질적인 신에 대한 형이상학이 아니라 물질적인 자연에 대한 형이하학이다. 또, 인간에게 자유·평등·박애를 선사한 것은, 종교나 성직자들이 아니라, 목숨을 바쳐가며 정치·사회제도를 개혁한 혁명가들이다. 정신적 진통제에 불과한 종교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설사 당신이 종교인이라고 해도 이 말에 분개할 일이 아니다. 자기 종교가 아닌 다른 종교에 해당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면 될 일이다. 그렇지 않은가? 설마 당신은, 당신의 종교가 아닌, 다른 종교가 인류에게 그 고귀한 자유·평등·박애를 선사했다고 생각하겠는가?)

옛날에는 가수·코미디언·배우들은, 광대라고 딴따라라고, 천시당하고 천인취급을 받았다. 물질적으로도 힘들었고, 사회적으로도 멸시를 받았다. 그런데 지금은 만인의 선망의 대상이다. 엄청난 수입을 올린다. 육체를 죄악시하던 종교가 득세하던 지난 시절에는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증가하여, 평범한 사람들조차 엔터테인먼트에 돈을 충분히 지출할 정도로, 사회에 여유가 생긴 덕이다. 게다가 인구가 많으니 십시일반으로 적은 돈을 지출해도 어마어마한 액수가 된다. 연예인들의 용모도 양호한 음식섭취로 인하여 과거보다 월등한 건강미와 기하학적인 대칭미·균형미를 발휘한다. 먹을 게 부족했던 구한말 기생들의 사진은 작은 키에 머리는 크고 얼굴은 못생긴 연예인들의 존재를 증언한다.

사람들이 종교를 믿는 주된 이유는 (종교로부터 받을 수 있다고 믿는) 물질적 여유와 질병치유이다. 한국 보살들이 절에 가는 이유는 (거의 대부분이) 불보살들로부터 복을 받아 잘살기 위한 것이지, 도를 통하고 형이상학적인 고통을 해결하자는 게 아니다. 이들이, 절이, 큰스님을 초청해 법문을 듣는 이유는 ‘큰스님이 복을 하사하는 신통력이 있다’고 믿어서이지, 자기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형이상학적인 고통에 답을 주기 때문이 아니다.

청정한 산바람과 맑은 약수를 숨 쉬고 마시며 사는 순진한 큰스님은 '생과 사의 고통이라는' 무형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설법을 하고, 오염된 속세에서 닳고 닳은 약삭빠른 신도들은 '어떻게 하면 큰스님의 도력(道力)을 자기들 물질적 향상에 이용할 수 있을까' 궁리를 한다. (이 점에서 도력이 무슨 물건인지 의문이 생긴다.) 떡을 다루다 보면 떡고물이라도 떨어지는 법이라고, 법문을 듣다 큰스님이 설법장에 떨어뜨린 도력을 주워 복을 받기를 기대한다. 설법을 하는 큰스님들은 자기 법문을 듣고 신도들이 깨달음에 가까이 가기를 기대를 하고, 듣는 신도들은 큰스님들이 흘린 도력을 주워서 그 힘으로 복을 더 많이 받기를 기대를 한다. 불교학자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격외(格外)법문은 격내(格內)보살들의 귀에는 어차피 의미 없는 소리라, ‘오늘은 기필코 복을 받고야 말겠다는’ 보살들의 소원성취 일념삼매를 깨뜨리지 못한다. 간간이 깨어나 나무아미타불 염불만 제창하면 된다. 형이상학자들과 형이하학자들 사이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설법장(說法場)은 동상이몽이 벌어지는 기이한 침대이다.

부처님 재세시(在世時)에, 부처님을 모신 어느 회상(會上)에서, 신도들끼리 모인 어느 불교모임에서, 부처님이나 아라한들이나 신들에게 복을 비는 행사를 가졌다는 말인가? 참석자들은, 출가자 재가자 할 것 없이, 누구나 ‘무상·고·무아’와 ‘제법(諸法)은 연기(緣起)’라는 ‘인식의 전환’을 이룸으로써 세상의 고통을 해탈고자 하는 구도심으로 불타지 않았는가? 관세음보살, 지장보살, 약사여래 등 온갖 초자연적인 신격(神格)존재를 만들어내서 거기다 대고 ‘인과를 초월하는 소원성취’를 비는 행위는 ‘부처님의 근본가르침인 자작자수 인과론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가증스러운 행위이다. 불교 인과론에 의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 인(因)을 지은 사람에게는 그 일이 일어나는 법’인데, 왜 신격(神格)보살들에게 가서 (그 일이 일어나게 해달라고) 빌어야 한다는 말인가? 보살들의 기복행위를 부추기는 큰스님들을 포함한 승려들과 그 부추김에 넘어간 보살들은 크게 반성해야 한다. 이런 기복행위가 온갖 미신을 생산해내 한국불교를 악성 환망공상의 구렁텅이로 빠뜨리기 때문이다.

위약에 대한 몇 개의 단상으로 글을 맺는다.

1. 위약은 믿어야만 효과가 있는 법인데,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어설픈 종교교리와 초자연적인 경전의 일화들은, 깨인 대중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믿고 싶어도 믿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러면 종교는 위약으로서의 수명을 다하게 된다. 물론 수명을 연장하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교리를 개정하면 된다.

2. 열심히 믿다보면 무형의 행복도 생긴다. 그 행복은 반드시 진짜에 근거할 필요가 없다. 이 점으로부터 인간의 행복감이라는 게 과연 진짜일까 하는 의문이, 즉 가짜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자기 행복감이 헛것이 아니라는 걸 어떻게 보증할 수 있을까 하는 근심이 생긴다. 이는 마치 이상형의 짝을 만난 사람이 ‘이 사랑은 꿈이 아닐까’ 하고 불안해하는 것과 같다. 신앙심이 깊어지면 이런 불안도 같이 오는 법이다. 그게 심해지면 극적으로 정반대방향으로 나가기도 한다. 즉 믿음을 잃고 만다. 이런 일은 서서히 진행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독실한 믿음에도 불구하고 홀로코스트 등의 재난이 닥칠 때 산사태 일어나듯 갑자기 발생하기도 한다. 소위 말하는 신앙의 붕괴(崩壞)이다.

3. 어느 종교에나 그 종교를 믿어서 행복해진 사람이 있다면, 이는 종교가 위약이라는 명백한 증거이다. 많아야 한 종교만 참이고 다른 종교는 모두 거짓일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각자 독립적인 천국과 지옥을 운영하는, 기독교·힌두교·회교·불교가 동시에 참이겠는가? 이처럼 거짓을 믿고 행복해 진다면, 그 거짓은 위약으로서의 자격을 얻게 된다. 특히 종교인들은 ‘자기들만 사후에 자기 종교 천국에 가고 자기 종교 지옥에 가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에 종교는 더욱 위약이다.

4. 사람들은 자기 종교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참이라고, 경전에 적힌 것은 다 참이라고 믿기에 자기 경전에 대한 자부심으로 행복해진다. (광신자일수록 더 행복해 한다. 놀랍게도, 서로 삿된 가르침이라고 배척하는 두 종교의 두 광신자는 동일하게 행복하다. 진정 지구는 기이한 행성이다. 외계인들이 이런 지구를 발견하면 너무 재미있어 할 것이다.) 남의 종교는 거짓이라는 확신으로, 타종교인들을 ‘망상에 빠진 사람들 또는 악마에 사로잡힌 사람들’로 간주함으로써, 산 위 사람들이 홍수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산 아래 사람들을 보며 “내가 저기 있었으면...”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듯이, 자기 종교가 창조한 지옥으로 떨어지는 재앙을 피한 자신들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으로 행복해 한다. 하하하. ‘서로 배척하는’ ‘서로 다른’ 종교들을 믿으면서도 다들 ‘서로 모순되는’ 이유로 행복해 한다. 종교는 진실로 대단한 위약이다.

5. 신피질이 비대해진 인간은, 물질적인 음식뿐만이 아니라, 가치도 먹고 산다. 그리고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사고이고 많은 경우에 이 사고는 환망공상이다. (예를 들어 좁은 얼굴이 아름답다는 생각으로 턱을 깎는 것과, 젖소같이 큰 가슴이 좋다며 하는 유방확대수술과, 긴 목이 매력이라고 목에 링을 층층이 둘러 늘이는 것과, 큰 입이 바람직하다고 입에 반(半)원판을 넣어 입술을 늘이는 걸 들 수 있다.) 이런 사고의 결정판이 사상이다. 서로 대립하는 두 사상을 믿는 두 사람이 그로 인해 모두 행복해 진다면, (한쪽) 사상은 분명히 위약이다. (공산주의는 한때 대단한 위약이었다. 스탈린·모택동·김일성·폴포트의 광기어린 만행(蠻行)이 폭로될 때까지는 효과만점이었다. 그게 가짜약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속았다고 아우성치며 들고일어난 민중에 의해 동구권과 소련이 무너졌으며, 더불어 위약효과도 사라졌다. 위약은 그걸 진짜라고 믿을 때만 약효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마시라. 그래서 지금, 남아있는 공산주의자들은 너무 고통이 심하다. 설사 그들이 무산자 민중을 위해 공산주의 투쟁을 하다 투옥되더라도 정작 민중은 그들을 외면한다. 무산자 민중은 사라져 버렸거나 멸종위기 생물이 된 것이다.) 사람의 가치와 행복을 결정하는 게 사고라면, 그리고 많은 경우 사고가 환망공상이라면, 인간의 삶은 위약복용의 삶이다. 그리고 그중의 제일이 종교적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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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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